이 중 3명은 최근 4개월 사이 신규 선임돼
빅테크와의 경쟁 심화 속 '조언자 역할'
|
은행권 이사진 구성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최대 화두인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정보통신기술(ICT) 출신의 사외이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의 사외이사 자리에는 금융당국 등 외풍으로부터 방패막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의 비중이 컸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고 빅테크 기업과 플랫폼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디지털 전략 실행의 한 축을 맡을 전문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IT 전문 사외이사, 올 들어 1명→4명 확대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5대 은행의 전체 사외이사 24명 가운데 IT 전문가는 4명이다. 이들 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 사이에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는 5명인데, 이 중 디지털 전문 인사는 3명(60%)으로 집계됐다. 최근 들어 IT 전문가의 영입이 활발해진 셈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일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안 이사는 서울대 경제학 학사를 졸업한 뒤 카이스트 대학원 경영과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2013년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2018년 포스코ICT 사외이사를 거쳐 현재는 한국경제신문 AI경제연구소 소장, 연세대 겸임교수 등을 겸직하고 있다.
문 이사는 서울대 대학원 컴퓨터공학 석사,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암허스트캠퍼스 대학원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얻었다. 이후 2015년 카이스트 사이버 보안센터 센터장, 2019년 행정안전부 전자정부분과 정책자문위원, 2020년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위원 등을 거쳤다. 이 이사는 서울대 대학원 산업공학과 석사, 미국 콜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013년 삼성카드 경영혁신실장 전무, 2015년 삼성카드 디지털본부 전무 등을 맡았다.
이보다 앞서 2019년 3월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영입된 이명섭 전 한화생명 경제연구원장은 지난달 3월 24일자로 재선임됐다. 그는 2004년 한화생명보험(전 대한생명보험) 정보전략담당 상무, 2011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2012년 한화생명보험 경제연구원 부사장 등을 거치며 다양한 금융업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명실상부한 IT 전문가다.
◇디지털 ‘방향 제시·문제제기’ 역할 중요
이처럼 은행권이 디지털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모시는 데에는 최근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이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을 두고 빅테크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주요 은행은 일제히 올해 핵심 전략으로 ‘디지털 전환’을 제시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사모펀드 사태 제재 등이 예고된 만큼 고위 공직자를 선임했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국민·신한·하나·농협은행은 모두 IT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디지털 혁신을 위한 경영전략 수립에 현실적인 조언과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안현실 이사는 경영 분야에서도 높은 전문지식을 보유한 점, 이인재 이사는 삼성카드 부사장직을 수행하며 조직을 이끌었던 점을 높게 평가받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문 이사의 선임 사유로 “빅테크와의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은행의 플랫폼 역량이 핵심요소로 대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임기를 맞은 이명섭 이사는 하나은행의 여러 디지털 전략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최근 수년간 글로벌 지급결제 플랫폼 ‘GLN(Global Loyalty Network)’ 서비스와 인도네시아 디지털 뱅크 사업 등을 추진한 바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명섭 이사는 IT 부문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깊어 이사회가 금융의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기여했다”며 “이사회 주요 안건에 대한 심의 과정에서 건설적인 문제제기와 함께 대안을 제시했다”고 연임 배경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