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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가계대출 시장’ 은행권, 금리·한도에 만기까지 손댄다

‘얼어붙은 가계대출 시장’ 은행권, 금리·한도에 만기까지 손댄다

기사승인 2022. 04. 2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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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40년 만기 주담대 첫 출시
만기 늘리면 DSR 낮아져 대출한도 ↑
신한은행 등도 대출기간 연장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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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에 이어 다른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주담대) ‘40년 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만기를 늘려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여주는 취지라고 하지만, ‘빙하기’ 수준의 가계대출 영업환경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출 만기를 늘리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춰 대출 한도를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자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출자산을 안정적으로 늘려가야 하는데, 가파른 시장금리 상승에 부동산 정책 변화 가능성, 주식시장 부진 등으로 지난해 12월부터 가계대출 자산이 역성장했다. 타개책으로 대출한도를 늘리고 가산금리를 낮추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지만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소비자들의 부담을 내리면서 대출 규모도 확대할 수 있는 초장기 주담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처음으로 최장 4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이날부터 하나은행에서 주담대를 받는 금융소비자들은 주담대 만기를 40년으로 적용할 수 있다. 40년 초장기 주담대는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 등 정책상품에만 한정됐었는데, 시중은행으로 확대된 것이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대출기간 연장 검토에 들어갔다.

하나은행 측은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출기간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703조1937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말보다 5조8592억원이 줄어든 수치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기를 맞아 은행권 실적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독 가계대출 영업환경은 때아닌 빙하기를 맞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대출금리가 2배가량 상승하는 등 가파른 금리상승 사이클의 역풍인 셈이다.

작년에는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 금융당국이 총량규제를 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오히려 대출자산이 줄어 은행들이 한도를 높이고 금리를 낮추는 등 빗장을 풀고 있다. 그럼에도 대출자산이 늘지 않는 데는 시장금리 상승폭이 이들 은행의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평균금리(분할상환방식)는 2.80%에서 3.04%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3.91%에서 4.32%로 크게 올랐다.

이에 대출 만기를 확대하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대부분의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33년에서 35년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만기를 확대해 금융소비자가 체감하는 원리금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방안 중 하나로 40년짜리 초장기 모기지론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기대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대출기간 연장은 은행 입장에서 안정적인 대출 자산을 늘려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만기를 확대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져 내줄 수 있는 대출규모도 늘어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만기를 늘리게 되면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DSR도 개선되기 때문에 리스크가 낮고 장기간 은행의 이자수익 기반인 되는 대출자산을 확대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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