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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독재자의 아들·괴짜의 딸이 돌아왔다

필리핀, 독재자의 아들·괴짜의 딸이 돌아왔다

기사승인 2022. 05. 10.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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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pines Elections <YONHAP NO-2740> (AP)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카르피오 부통령 후보가 지난 7일 마지막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AP·연합
각종 부정부패와 민간인 고문·학살까지 서슴지 않았던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난디드 마르코스 전(前) 대통령의 아들인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주니어(64)가 차기 필리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마약과의 전쟁과 거침없는 발언을 펼쳤던 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로 마르코스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했던 사라 두테르테(44)도 부통령 자리에 오른다.

10일(현지시간) ABS-CBN 방송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대선에선 대통령엔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가, 부통령엔 사라 두테르테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이 확실시됐다. 현지시간 오전 7시 32분 개표율 95.80%의 상황에서 마르코스 주니어 후보는 3046만여표를 얻었다. 경쟁자 레니 로브레도 후보가 얻은 1451만여표의 두 배가 넘는다.

이는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의 데이터를 부분적으로 비공식 집계한 수치로 공식 발표는 이달 말께 이뤄진다. 로브레도 후보는 10일 오전 1시께 패배가 굳어지자 패배를 인정하고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입장을 밝혔다.

부통령 선거에서는 마르코스와 러닝 메이트를 이룬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43) 다바오 시장이 3084만표를 획득해 905만표를 얻은 프란시스 팡길리난 상원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 36년만에 정권 잡은 독재자 아들, 우려와 기대 공존

1986년 시민들의 항거였던 ‘피플 파워’에 의해 쫓겨났던 독재자의 아들 마르코스 주니어는 1990년대 필리핀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 들었다. 필리핀 정계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독재 시절을 ‘과거의 영광’으로, 마르코스 주니어를 다정하고 능력있는 후보로 이미지 메이킹한 것과 사라 두테르테와의 러닝메이트 구성을 승리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시민들의 봉기로 추방됐던 마르코스 가문이 36년만에 압도적인 승리로 복귀한 만큼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동남아 책임자 피터 멈포드는 “선거 압승이 사랑받는 유능한 지도자가 될 것이란 점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강력한 대통령 임기의 출발이 가능해졌다”며 “정권 초반 의회 의원들을 강하게 규합할 수 있고 많은 기술 관료·경제 전문가들이 기꺼이 합류할 수 있게 될 것”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가·사회통합의 측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마르코스 주니어의 당선만으로 부패·족벌주의가 강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1986년 이후 대통령 직속 바른정부위원회(PCGG)를 설치해 마르코스 일가가 독재 당시 빼돌린 약 100억달러(12조7750억원) 규모의 재산을 환수하고 있다.

대통령이 된 마르코스 주니어가 부정축재 재산을 반납하는 작업을 제대로 감독할 수 있겠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선친의 독재 행적을 미화했듯 과거를 왜곡하거나 재산 환수 작업에 압력을 행사한다면 시민사회의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라 두테르테 역시 부통령 취임 이후 마약과의 전쟁을 구실로 민간인 6000여명을 살해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조사를 받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 로드리고 두테르테 현 대통령의 문제를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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