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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캔 만원 밖의 선택지가 만드는 한국 맥주 시장 질적 다양성 시대를 기대하며

[칼럼] 4캔 만원 밖의 선택지가 만드는 한국 맥주 시장 질적 다양성 시대를 기대하며

기사승인 2022. 05.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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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가격할인 프로모션으로 등장한 ‘4캔 만원’
- 한국 맥주 시장의 보이지 않는 가격 상한선 만들어 국산 맥주 질적 다양성 확장에 제동
제주맥주 마케팅실 권진주 CMO (2)
제주맥주 마케팅실 권진주 CMO
한국 맥주시장에서 ‘4캔 만원’의 위력은 대단하다. 크래프트 맥주는 2020년 1월, 종량세 개정을 통해 그동안 수입맥주만의 전유물이던 4캔 만원 카테고리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4캔의 조합에 수입맥주 대신 국산 크래프트 맥주를 채웠다. 소비자들의 다양성에 대한 니즈가 폭발하게 된 계기였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4캔 만원 프로모션은 점차 4캔 만 천원으로 가격 카테고리를 옮겼다. 변화는 소비자들과 시장에서 큰 화두가 됐다. 한국 맥주 시장에서 이렇게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4캔 만원 프로모션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4캔 만원 프로모션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종가세를 채택했던 주세법으로 인해 수입맥주 기업들은 국산 맥주 기업들에 비해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수입맥주 4캔 만원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한국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했다. 수입맥주시장은 2010년 점유율 3%에서 4캔 만원 프로모션을 통해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점유율 20%까지 차지했다. 프로모션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4캔 만원’ 가격정책이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지속된 것이다.

맥주 균일가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살펴봤을 때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구조다. 소비 심리가 확고한 만큼 맥주 업계에서도 4캔 만원에 벗어나는 맥주를 출시하는 것은 큰 부담으로 자리잡았다. 물가상승률은 물론이고,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와 홉의 가격이 20~60%까지 상승하며 맥주의 원부재료 값과 물류비가 치솟았음에도 불구하고, 맥주 회사들은 4캔 만원이라는 절대적 카테고리 안에 들기 위한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이미 견고하게 자리잡은 소비심리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좋은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업의 중요한 과제다. 다만, 현재와 같이 판매가가 고정적으로 책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맥주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 맛있고 좋은 맥주를 개발하며 각 브루어리의 전문성과 브랜드를 고도화하는 경쟁이 아닌, 더 빨리, 더 많은 맥주를 찍어내는 경쟁구도로 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순간의 유행을 만들어 나가기 보다는 지속성 있는 큰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 맥주시장 발전을 위해서 5년 뒤, 10년 뒤의 맥주 시장에 대한 고민을 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바로 한국 맥주산업의 플레이어들이 4캔 1만원의 너머를 상상해야 하는 이유이자 의무다.

이미 높은 품질과 새로운 시도를 바탕으로 4캔 만원의 틀을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들은 나타나고 있다. 한정판으로 배럴에서 숙성한 한 병에 3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맥주가 단 시간에 완판되기도 하는 등, 4캔 너머의 시장의 가능성은 꾸준히 증명되고 있다.

백 명이 있으면 백 명의 입맛이 다 다르다는 이야기처럼, 진정한 맥주 다양성은 개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들이 시장에 나타나는 것이다. 4캔 1만원, 어쩌면 그 이하로 구입할 수 있는 가성비 맥주도 필요하고, 특별한 재료와 맛, 양조기술이 더해진 고가의 프리미엄 맥주도 필요하다. 종류와 가격대의 스펙트럼이 수직에서 수평으로 넓어질수록 맥주 시장은 더 다양한 소비자들을 맞이할 준비가 될 것이고, 한국 맥주 산업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가격 보다 맥주의 본질에 집중한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 한국 맥주 시장이 질적 다양성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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