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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감축 없는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대법원 첫 판단

“업무감축 없는 임금피크제는 연령차별”…대법원 첫 판단

기사승인 2022. 05. 2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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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퇴직자가 낸 임금소송 상고심서 상고기각
"업무량 감축 등 조치없는 임금삭감은 연령차별에 해당"
300인 이상 기업 절반이 임금피크제 도입, 영향 불가피
대법원5
/박성일 기자
일정 연령이 지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가 현행법에 위반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임금피크제가 정당한 이유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는 최초의 판단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개별 기업에 미치는 여파가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퇴직자 A씨가 국내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소송 상고심에서 상고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정년을 61세로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55세 이상 근로자들의 임금을 감액하는 내용으로 자신에게 적용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가 옛 고령자고용법상 연령차별금지 규정을 위반한다고 임금차액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51세 이상 55세 미만 정규직 직원들의 수주 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보다 떨어지는데, 오히려 55세 이상 직원들의 임금이 감액됐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에 반해 무효로 판단하고 A씨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55세 이상 근로자의 업무 내용이 변경됐다거나, 목표 수준이 낮게 설정돼 업무량이 감소했음을 알 수 없어 인건비 부담 완화 등 경영성과 제고를 목적으로 55세 이상 직원 대상으로 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원 역시 “임금피크제로 인해 A씨는 임금이 일시에 대폭 하락하는 불이익을 입었음에도 업무감축 등 적정한 대상조치가 강구되지 않았고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연령차별에 합리적 이유가 없음을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2017년 확정됐던 대교 임금피크제 사건과는 의미가 다르다. 당시는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명시적 내용없이 확정된 사건이었다. 대교의 경우 노조의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시행했고, 임금 삭감률도 30~50%로 대기발령을 받아서 근로제공을 하지 않은 직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개별 사업장에서 노사 간 재논의·협상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 다른 기업에서 시행 중인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나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개별 기업들이 시행하는 임금피크제는 도입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 실질적 임금삭감의 폭이나 기간, 업무감축 등 대상조치의 적정성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청년 일자리를 확대해 상생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2000년대 들어 공공부문을 시작으로 일반 기업에까지 빠르게 확대됐다.

공공기관의 경우 2015년 기준으로 전체 316곳 중 공기업 12곳, 준정부기관 22곳 등 56곳(17.7%)이 도입했다. 2016년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46.8%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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