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표현, 장소·표현 수단 상관없이 불가결"
공립학교 내 공개적 종교 관행 허용 해석 과도
판결문 "종교적 견해, 상호존중·관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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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법원이 지난 24일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공식 폐기한 데 이어 공립학교에서의 종교 활동을 이전보다 넓게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미국 공립학교에서의 공개적인 종교 관련 행사나 교육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오히려 학교 내 개인적 종교 활동에 대한 과도한 통제를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이날 ‘케네디 대(對) 브레머튼 학군’ 사건과 관련, 6대 3으로 조 케네디 전 고교 미식축구 코치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의 이념 지형이 그대로 반영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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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자인 케네디 전 코치는 2008년부터 워싱턴주 브레머튼고교 미식축구 코치로 재직하면서 풋볼 경기가 끝난 뒤 경기장에서 정기적으로 기도를 했고, 학생들이 종종 합류했는데 나중에 라커룸에서도 기도를 인도해 논란이 됐다.
이에 교육위원회는 학생들이 강제적으로 기도를 해야 한다고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코치 업무를 수행할 때는 공개적으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것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케네디 전 코치는 이를 거부, 2016년 시즌 재계약을 포기했다.
당시 교육위원회는 “학교 경기 후에 공개적으로 기도하는 것은 국가와 교회를 분리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이 1963년 공립학교 주관행사에서 기도하거나 성경을 가르치는 것을 금지한 것을 원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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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국 공립학교 내에서 공개적인 종교 관행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법원은 지난 60년 동안 공립학교 내에서 공식적으로 요구되거나, 고등학교 졸업식 등 공식 행사에서 이뤄지는 기도에 반대했고, 2000년에는 고교 미식축구 경기에서 학생들이 주도하는 단체 기도가 수정헌법 1조가 규정한 ‘정부의 종교 창설’ 금지를 위반했다고 판결했는데 이번 판결이 이를 부정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2000년 당시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은 다수 의견문에서 “경기 전 기도는 참석자들에게 종교적인 예배 행위에 참여하도록 강요하는 부적절한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번 판결문을 쓴 고서치 대법관은 이러한 선례가 케네디 전 코치의 행동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케네디가 징계를 받은 기도는 공개적으로 방송되거나 그 자리를 뜰 수 없는 청중에게 낭송되지 않았다”며 “학생들은 참여하도록 요구받거나 기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과 전통의 가장 좋은 점은 검열이나 억압이 아니라 종교적·비종교적 견해 모두에 대해 상호 존중과 관용을 권고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