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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사전] ‘바른 먹거리’에 데이터 입힌다…‘풀무원 해결사’ 이효율의 자신감

[CEO사전] ‘바른 먹거리’에 데이터 입힌다…‘풀무원 해결사’ 이효율의 자신감

기사승인 2022. 07. 18.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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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먹거리' 풀무원이 디지털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풀무원은 올해 디지털 전환(DX) 원년을 선포했다. 현재 사업 영역별로 5대 플랫폼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한 통합 데이터분석관리 플랫폼(CDA·Central Data Analysis)을 2년 내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지난해 풀무원의 영업이익은 해외사업 악화 등의 영향으로 385억원에 머물렀다. 전년 기록인 460억원에서 16.2% 감소한 수치다. 이는 2018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면서 이효율 대표가 취임한 뒤 첫 감소세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 대표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풀무원이 어려움에 처할 때 마다 이 대표가 '해결사'로써, 기지를 발현했다는 점에서다. 그는 2014년 일본 두부시장 4위 기업 아사히식품공업(현 아사이코) 인수작업을 이끌었으며, 공장 합리화 작업을 통해 매출을 성장시켰다. 이듬해에는 미국에서 취업비자를 내고, 6개월 넘게 현지에서 사업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그는 업계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인물 중 한명으로 정평이 나 있다.

결국 이 대표는 수익 개선 카드로 디지털을 선택한 셈이다. 국내 사업 효율성을 끌어올려 회사 전체의 수익성을 제고시킨다는 목표다. 그가 디지털을 선택한 이유 역시 '고객 경험 중시' 기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평가다.

◇바른먹거리에 디지털…마트 리뷰도 자동화한다
17일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두부 업계 시장 점유율은 풀무원이 42.12%로 수년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부 시장 내 압도적인 점유율은 풀무원의 '자존심'이라고 볼 수 있다.

풀무원은 경쟁업체들 사이에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정공법을 택했다. 최대한 많은 평가를 보고,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 간 소비자 거래(B2C)시장에서 상품평은 고객 의사 결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회사 역시 상품평을 통해 제품 개선점을 발굴할 수 있다. 풀무원이 '디지털'이라는 카드를 꺼낸 이유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올해 초 '총괄CEO 메시지'에서 "풀무원은 미래지향적인 종합식품 기업으로 변신과 혁신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올해 전략의 방향성을 기업운영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중심으축으로 삼아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객들의 긍정적인 경험이 중요
풀무원은 DCX(Digital Customer eXperience) 플랫폼 구축의 일환으로 개발한 'VOC·리뷰 분석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고객기쁨센터에 남겨진 의견이나 상품평 등의 데이터에 머신 러닝, 인공지능(AI) 기술을 입혀 체계화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그간 여러 쇼핑몰에 산재됐던 상품평을 한 데 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이 시스템을 통해 상품평 등 데이터 분석 소요 시간을 기존 3주에서 1일 이내로 21배로 단축, 업무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풀무원은 이 같은 서비스 도입으로, 개선점을 찾고 이슈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크게 8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 및 상품 현황 조회 △수집 데이터 일·월별 요약 제공 △리뷰 내 감정 긍·부정으로 분류 △ 핵심 단어나 감정을 포함한 대표 문장으로 결과물 제공 △고객평 내 감정을 그림으로 제공 △유사 제품 테마별 분류 △부정감정지수(NSI) 통해 개선점 도출 △상담 접수 현황 및 내용 조회다.

눈에 띄는 점은 고객들의 감정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풀무원은 AI로 고객평에서 감정과 관련된 단어를 찾고, 이를 분석해 결과를 표준화하는 단계를 진행 중이다. 이는 R2R(Result to Reaction) 전략으로, 데이터 분석 시간 뿐 아니라 대응 시간까지 단축시킨다. 실질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동일 문제 발생 시에는 대응속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대표의 숙제…'해외 사업 흑자' or '국내 이익 증대'
풀무원이 사업 효율성 제고에 매달리는 이유는 수익성 제고에 있다. 풀무원은 매출이 늘었어도, 해외 법인의 지출이 컸던 탓에 올해 초 영업이익 악화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풀무원의 지난해 매출 증가율은 9%였으나, 영업이익 감소율은 16.2%였다.

해외 법인 실적이 나아지면 자연스레 영업이익이 개선되지만, 현재로서는 해외 사업 순항을 마냥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풀무원의 미국과 중국, 일본에 해외법인은 가시화된 성과를 아직 만들지 못했다. 풀무원의 국내 사업 수익성 개선이 중요한 이유다. 만약 풀무원이 새로 도입한 디지털 서비스로 국내 영업비나 판매관리비용을 대폭 줄인다면, 해외에서의 손실을 상쇄하는 측면이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 법인은 2020년 전년대비 20.2% 증가한 2561억원 매출을 올렸다. 당시 영업이익 2억원으로, 흑자전환을 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실적이 꺾였다. 일본에서는 현지에 법인을 세우는 동시에 아사히 식품을 인수했지만, 아직 가시화된 성과는 나타나지 못한 상태다.

중국에서는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지역 두부 공장들이 문을 닫았는데, 풀무원은 봉쇄지역에도 두부를 직접 공급하면서 틈새 시장을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최근 풀무원은 중국 베이징 핑구(平谷)구에 최첨단 포장 두부 생산라인을 갖춘 베이징 2공장을 준공, 생산능력을 연간 1500만모에서 6000만모로 4배 늘렸다. 이는 중국 전역에 두부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중국법인은 진출 10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국내 두부 시장이 수년째 정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풀무원은 해외 법인에 대한 끈을 놓을 수 없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두부 시장은 연 5300억원대로, 성장률이 수년간 연 평균 1~2%대에 머무르고 있다.

◇'해결사' 이효율, 효율성보다 경험 중시한다

이 대표는 미국과 중국, 일본 현지에서 직접 한국 두부를 알리며 고군분투했다는 점에서 풀무원 해외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 대표가 미국에서 몇달을 보내면서 미국 법인을 기존 LA 공장으로 통합하고, PB 제품 개발과 테스코(TESCO) 입점 등을 성공시켰던 일화는 유명하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해외 법인은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투자에 비해 성과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풀무원은 2020년 미국 진출 29년 만에 흑자를 냈다.

이 대표는 여전히 해외 사업에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만년 적자'라는 시각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사업을 펼치면서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이 대표가 이름과 달리 효율성보다는 경험을 중요시하는 인물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내부에서 이 대표보다 풀무원 경험이 많은 직원도 없다. 그는 풀무원의 1호 사원이자 최장기 근속자다. 이 대표는 1983년 서울 강남 압구정에서 유기농산물 판매점이던 풀무원에 입사해 영업부터 마케팅, 생산, 해외사업 등 여러 분야를 거쳤다. 풀무원의 산 증인인 셈이다.

그의 지휘 아래 풀무원은 경쟁 속에서도 견고한 실적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가치 소비 트렌드 확산에 주목, 환경친화적인 식물성 단백질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풀무원은 올해 사업 계획에서 식물성 지향 제품을 강조했다. 다시 한 번 이 대표의 경험을 토대로 실적 상승에 박차를 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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