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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4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한국축구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였던 일본전에서 0-3 참패를 당했다. 압박과 투지 등 공수 모든 면에서 일본에 압도를 당했다. 공격은 유효슈팅 1개에 그쳤고 고질적인 불안을 노출하는 수비는 '자동문'이라는 비판에 또 한 번 직면했다.
이번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대미지로 다가온다. 작년 3월 대표팀 요코하마 참사(0-3 패)부터 중간에 16세 이하(U-16) 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도 일본에 나란히 0-3으로 졌다. 형과 동생이 번갈아가면서 망신을 당한 와중에 대표팀 맏형이 복수전에 나섰으나 오히려 더 못한 경기력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모든 연령에서 빚어진 4연속 한일전 0-3 참패는 전례가 없는 일로 한국 축구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는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당장 카타르 월드컵부터가 걱정이다. 이번 동아시안컵을 통해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의 전술적 실험은 완벽한 실패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유럽파들이 포함된 1진과 국내 K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2진의 경기력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져 있다. 주전 선수 중 누군가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부상을 당했을 때 이를 커버할 대체 자원이 보이지 않는다. 축구는 11명만 가지고 하는 운동이 아니다. 월드컵 같은 큰 대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전-비주전간 격차는 전체적인 경기력 차원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한일전 오답노트가 너무 셌다"며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선수와 전술이라는 두 가지 퍼즐을 풀기 위해 갈 길이 멀고 숙제가 너무 많다. 벤투호의 문제는 '베스트 11'은 좋은데 그 다음이 없다는 것이다. 누구 하나 문제가 생겼을 때 그걸 메울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이걸 찾아보는 대회가 동아시안컵이었는데 '갈 길이 아직 멀다'라는 점을 알았다는 건 그나마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거듭된 한일전 참패를 통해 한국 축구 전반에 드리워진 저변 약화와 관련해서는 "연령을 막론하고 일본에게 이렇게 계속 참패를 당하는 것은 비단 벤투호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반에 대한 문제를 들여다볼 시점"이라며 "누구 하나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도 이제 답을 할 때가 왔다"고 박 위원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