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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병사생활관, 결국 ‘1인 1실’이면 좋겠다

[칼럼] 병사생활관, 결국 ‘1인 1실’이면 좋겠다

기사승인 2022. 09. 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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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휴대폰 사용과 함께 군대의 획기적인 변화를
엄효식 ‘같.다.’ 대표·전 한화디펜스 상무
엄효식 대표1
엄효식 '같.다.' 대표·전 한화디펜스 상무
정부는 최근 2023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병사들의 생활관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8~10인실의 분대형 병영생활관을 2~4인실로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병사생활관은 과거부터 매우 열악했다. 군대를 다녀온 예비역들이 기억하는 생활관 모습은 간혹 추억이라는 감정으로 덮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개인 프라이버시가 전혀 지켜질 수가 없고 병사들간 가혹행위도 자연스럽게 유발될 수 있는 '못난' 환경이었다.

1980년대에는 거의 50여 명이 한 공간의 침상위에서 생활했다. 후임병들은 숨소리도 맘편히 내기 어려웠고, 편지조차도 마음대로 쓰거나 읽을 수 없었다. 모진 선임병을 만나게 될 경우 그의 군생활은 나락으로 빠지기 일수였다. 드라마 'DP'는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그 시절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여줬다. 병사 개인의 취침과 자유공간은 매트리스 한 장만의 영역으로 제한됐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들은 1인 1생활관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경제적인 여건으로 보면 세계 10대 강국에 속하는 우리나라가 우리 자식들의 병영생활관을 그렇게 만들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징집제다.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징집된 청춘들에게, 국가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으로 더 잘해줘야 하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이번 정부발표에도 아쉬움이 있다. 8~10인실의 병영생활관을 2~4인실로 변경하는 것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어차피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는 것이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여전히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병사들의 관점으로 생활관을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병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입대전 집에 있을 때처럼 1인 1실을 쓰는 것이다. 군대니까 여러명이 함께 생활하면서 전우애를 키우고 험난한 생활력을 배양한다는 것은 잊어야 한다. 그건 실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축적해야 할 것이지, 일과이후 생활관은 다른 영역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생활관은 2004년부터 약 18년간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서 노후·협소한 기존 소대 단위(30~50명) 침상형 생활관을 분대 단위(8~10명) 침대형 구조로 변경하고, 1인당 2.3㎡이었던 생활면적을 6.3㎡로 확장한 성과이다. 이렇게 개선작업을 하는데 2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지금 2~4인용 생활관 공사를 시작하면 또 20여 년의 세월이 흐를게 뻔하다. 결국 2040년이 돼야 개선공사가 완료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군 병력규모는 계속 줄기 때문에 현재의 생활관들은 향후 유휴(遊休)공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방백서(2020)는 국군의 상비병력이 2017년 61만 800여 명이었지만 올해 말까지 최종 50만 명으로 감축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방부 통계연보(2021)를 보면 2020년 기준 현역병 입영현황은 23만여명이다. 이들이 출생했던 2000년 당시에는 신생아가 64만여명 이었다. 2020년 신생아는 겨우 27만 여명이다. 이들 가운데 입영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국방혁신 4.0에 따라 병력의 규모는 점차 더 줄어들 것이다. 극도로 저조한 출생율은 그것을 뒷받침한다.

지금부터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10인 생활관을 4인 생활관으로 개선하고, 곧바로 또 4인 생활관을 1인 생활관으로 개선하는 사업을 추진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과 노력, 비용이 아까운 것은 물론이고 병사들에게 그동안 더 좋은 여건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어차피 병사들의 생활관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면 1인 1실 생활관 또는 2인이 함께 생활하더라도 방은 각자 사용하되 공용시설만 함께 사용하는 그런 방식으로 가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2~4인실을 경유하지않고 바로 1인실로 직행하는 것이 노력과 비용을 아끼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헌법 39조에 따라 당당하게 입대하는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국가가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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