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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금호석화가 공들여 쓴 문자 한 통

[기자의눈] 금호석화가 공들여 쓴 문자 한 통

기사승인 2022. 09. 1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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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산업부 성장기업팀 기자
박지은 산업부 기자
몇 년 전 금호석유화학이 공개채용 서류 불합격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화제를 모았다. 금호석유화학 채용 담당자가 "서류전형에 4611명께서 지원해주셨고, 이 중 760명이 인적성 검사 대상자로 선정됐다"며 "지원자님이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니다. 더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하는 회사의 잘못"이라고 쓴 문자가 감동을 준 덕분이다.

지원자들은 불합격에 대한 위로뿐만 아니라 채용 현황을 투명하게 밝힌 점에 호응했다. 몇 명이나 지원했고, 얼마나 합격했는지가 지원자들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기업들이 따뜻한 위로가 담긴 불합격 문자를 보냈지만, 금호석유화학처럼 주목받았던 기업은 없었던 이유다.

요즘 채용 시장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5대그룹 가운데 공채를 진행하는 곳은 삼성뿐이다. 대부분 기업들이 신입 공채보단 경력직원 수시 채용을 선호한다. 당장 필요한 인력을 충원할 수 있고, 채용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어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간 채용 인원 가운데 경력 비중이 절반 이상을 넘긴 곳도 적지 않다.

경력이 채용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기업의 지원자 배려는 신입에 국한돼 있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단계 합격 후 한달 이상 기다리게 하다가 면접 취소를 통보하거나, 2단계 면접까지 합격했는데 불합격을 통보하는 식이다.

기업들은 경력 채용 특성에 따른 변동이라지만, 새 출발을 준비하던 지원자는 아쉬움과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 한 대기업 전문 헤드헌팅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공채가 사라지면서 경력직 문의가 작년보다 배 이상 늘었지만 갑자기 취소되거나 변동 폭도 크다"며 "헤드헌터가 중간에서 조율하지 않는 경력공채의 경우는 지원자가 답답한 상황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력직 불합격 통보는 신입 공채와 달리 간결하거나 아예 무통보도 적지 않다고 한다.

채용은 기업과 지원자가 인연을 맺는 첫 단계다. 합격자는 동료가 되지만, 불합격자는 고객이 된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마찬가지다. 공들여 쓴 문자나 이메일 한 통이 기업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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