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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미국의 새로운 산업 정책과 우리의 대처

[이효성 칼럼] 미국의 새로운 산업 정책과 우리의 대처

기사승인 2022. 09. 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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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본지 자문위원장_전 방송통신위원장2
아시아투데이 주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국 내 제조(Made in America)'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5일 '변화하는 국가안보 위험의 확고한 심사를 보장하기 위한 행정 명령(Executive Order to Ensure Robust Reviews of Evolving National Security Risks)'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수소, 바이오, AI, 양자 컴퓨팅 등의 분야에서 외국인이 미국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시도하면 안보와 기술 경쟁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중국 기업의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을 겨냥한 것이나 "해당 외국인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제3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하여 중국과 관계가 있으면 동맹국 기업의 인수합병도 무산시킬 수 있게 했다.

미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우방 정부에도 중국 투자에 대한 자체 심사를 강화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는 또 우방의 기업들이 미국에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중국과 긴밀한 거래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중국에 많은 투자를 하는 등 중국과 깊은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과 그 기업들에 주로 해당되는 조치인 것이다. 환언하면 이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말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챙겨온 우리의 안미경중 정책은 더 이상 불가하며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 내 제조' 정책은 새로운 냉전의 시대에 공산독재 국가인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측면도 강하다. 사실 거의 미국만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타국의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면 그만큼의 돈이 미국에 들어가는 것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산업체는 미국인을 고용하고, 미국에 세금을 내고, 미국의 공급망과 안전에 기여하는 미국의 산업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내 제조' 정책이 미국 기업과 우방국 기업에 중국 관련성을 구실로 차별적으로 적용될 소지가 크다. 그렇게 되면 우방국 기업들은 미국에 투자를 하고도 혜택은 받지도 못할 수도 있다.

자국의 주요 기업들이 미국에 거액을 투자해야 하고 그러면서도 중국과 경제적 디커플링을 하기가 쉽지 않은 동맹국들로서는 매우 착잡한 심정일 것이다. 특히 한국처럼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경제적 관계가 크게 얽혀 있어 그 관계를 완전히 끊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경우에는 특히 더 그러하다. 이점을 이용해 현대의 전기차 경우처럼 미국은 대규모 투자를 받고도 혜택은 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중국과 경제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그 산업이 미국의 견제를 받는 것이 한국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미국의 견제가 없다면 중국은 조만간 전 산업에서 우리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으나 미국의 견제로 이제 그 가능성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요 산업에서 우리보다 앞서고 세계 패권까지 차지하는 '중국몽'을 실현하면 우리를 어떻게 대할지를 상상하는 것만도 악몽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중국 견제가 우리에게는 다행인 측면도 있다. 우리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지만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는 빤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피해를 최소로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의 관련 기업들은 탈중국을 서두르되 미국 투자의 실행을 일단 미루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인 캐나다나 멕시코와 같은 대안적 투자처도 모색하면서 정부와 함께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에 차별적인 미 행정부의 규정이나 조치를 없애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 이의 성공을 위해 우리 정부와 기업은 우리의 대미 외교력, 통상협상력, 로비력 등의 외교 자원을 모두 동원하여 미 행정부 설득을 위한 총력전을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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