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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세계 경제 경색과 ‘개인 리스크 관리’

[이경욱 칼럼] 세계 경제 경색과 ‘개인 리스크 관리’

기사승인 2022. 10. 0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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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대기자
이경욱
최근 모 국책연구원장과 만나 경제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3가지 시나리오를 꺼내들고 세계 경제 경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거시경제학자이기도 한 그가 말한 시나리오는 이랬다. 하나는 올겨울이 시작되기 전 11월쯤 러시아가 종전(終戰) 선언을 한다는 관측이다. 이후 세계 경제가 탄력 있는 모습으로 급속히 회복될 것이라는 견해다.

또 다른 하나는 러시아가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리멸렬하게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피로감을 더하면서 세계 경제가 'L자형' 장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미국 등 각국이 앞다퉈 통화 긴축에 나선 상태에서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모두가 당분간 힘든 나날을 보내게 된다는 의미다.

모두가 바라는 바는 바로 첫 번째 시나리오다. 전쟁터 군인들이 극도로 지쳐 가면서 전쟁을 끌어가는 게 양측 모두에 무리라는 판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겨울 혹한기가 빨리 오고 오래간다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도 우리에게는 냉혹하지만 그래도 견딜 만하지 않을까.

그런데 마지막 시나리오는 무섭다 못해 잔인하고 생각하기 싫다. 바로 러시아의 핵사용이다. 혹한기를 앞두고 전쟁을 급히 끝내기 위해 푸틴이 핵사용을 선택하게 되고 그로 인해 국지전을 넘어 세계 주요국이 참여하는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는 끔찍한 시나리오다. 열강이 패권 다툼에 나서 무리하게 전쟁에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을 깔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러시아와 푸틴의 모습에서 가능성이 엿보여 심히 우려스럽다.

이들 시나리오가 어떻게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앞날을 정확히 짚을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작금의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을 넘어 동맥 경화, 더 나아가서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용 급등, 세계 각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주가 및 집값 급락 등 근래에 보기 드문 경제 위기의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우리라고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주식에 손댄 사람들은 모두가 아우성이다. 치솟는 집값에 하우스 푸어가 될까봐 '영끌'을 해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한 사람은 급등하는 대출 금리에 허리가 휘고 있다. 고물가로 시장 물가는 이미 천정을 뚫었다. 가계는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이는 쪽으로 혹한기를 견뎌낼 준비를 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점심값 걱정에 우왕좌왕하고 있다.

자칫 긴축에 따른 고금리→소비 감소→경기 침체→성장률 둔화→일자리 감소의 순으로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은 아닐지 두렵다.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의 책임인지 찾고 따지기보다는 당장 발등의 불을 끄는 게 다들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경제 주체 모두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버금가는 경제 위기가 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대응해야 하는 '개인 리스크 관리'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개인에게만 리스크 관리를 맡겨두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될까. 아니다. 대출금리 급등으로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그러나 일할 능력은 충분한 건강한 젊은 층이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금융권과 긴밀히 협력해 대출 금리가 최대한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불요불급한 국가 예산을 절약해서 이를 급등한 대출금리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안은 어떨까. 경착륙은 막아야 한다. 가계에서 시작된 작은 불씨가 금융권 전체의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 부실로 확산하는 일은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IMF 체제의 뼈아픈 경험이 있기에 요즘 상황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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