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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도체 특위’ 다음은 ‘배터리 특위’가 필요하다

[칼럼] ‘반도체 특위’ 다음은 ‘배터리 특위’가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2. 10. 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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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기초 기술·차세대 기술·생태계·자원 없는 韓
철저한 배터리 산업 정비 필요…정책적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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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
"엊그제까지 무더웠는데 문득 가을이 온 느낌이다. 곧 겨울이 오고 눈도 내릴 듯 싶다."

국내의 고성능 이차전지 산업 상황을 바라보며 든 생각이다. 5~6년 전 '기초·차세대·내용 없는 3무(無)의 죽은 리튬 사회'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었다. 위기의 한국 리튬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앞선 경고와도 같았는데, 이때 이야기한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할 때가 온 듯도 싶다. 기초·차세대·생태계·자원 없는 4무의 죽은 리튬의 사회라고 말이다.

기초로는 리튬이온 및 리튬이온 폴리머 이차전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는 '소입경의 단결정 삼원계 양극 활물질'은 중국 학계에서 최초로 제안돼 전 세계로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건식 배터리 전극 공정'은 '미소섬유화한 결합제' 개념으로 미국 산업계에서 제안돼 초고용량 커패시터에서 활성탄 전극용으로 쓰이다 테슬라에 의해 배터리 쪽으로 채용되고 있다. 필자가 개발한 '뭉쳐진 탄소나노섬유 도전재'를 내세우긴 우리 기초는 역부족이다.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 중국은 반고체 타입이나 소듐이온 이차전지, 차세대 LFP인 M3P로 생태계 기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은 1999년 미국 전기화학회에 ORNL이 발표한 '무음극형 박막 전지'를 응용하되 토요타 등에서 발표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기반으로 제트 폴딩, 라미네이트 스태킹의 코어셀 구조로 '차세대 전고체 전지'로 노력 경주하고 있다.

배터리 산업 생태계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중국은 보조금 제도로 CTP·CTC 기술개발을 견인하고 미래의 경쟁자인 한국을 견제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으로 배터리-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자국에 유치하고 있다. 미국이 이루게 될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의 수직 직렬화를 보면 적벽대전에서 10만 개의 화살을 획득한 공명의 지혜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의 배터리 산업은 '보조금 제도에 숨은 공공의 무능'이 뼈아픈 실정이다.

자원 분야는 한 마디로 정리가 가능하다. 리튬도 없고, 삼원계 전구체도 없고, 흑연도 없다. 자원 부족은 공급망 위기와 에너지 대란이 결부된 복합 위기로 이어지며 이차전지 산업에도 심각한 쓰나미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빈약한 자원은 고칠래야 고칠 수 없는 천형과 같다. 인터넷에 유행한 '밈'을 빌리자면 단군 할아버지가 기획 부동산 사기를 당해 '사계절이 뚜렷한 게 장점인 줄 알고' 여기에 정착한 원죄라 어쩔 수 없다. 4무에서 주어진 천형인 자원은 차치하고서라도, 3무인 '기초, 차세대, 생태계'도 상황이 그리 간단치 않다.

세계 배터리 산업은 그야말로 격동기다. 미국과 유럽이 깨어나고, 중국은 저 멀리 달아나며, 원년의 거인 일본이 다시 움직일 기세다.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기초와 차세대 기술·생태계를 제대로 정비하지 않으면 죽은 리튬의 사회가 도래할 위기에 처해있다.

민간의 힘으로만 상대하기엔 버겁다. 정권과 정부가 그리고 정치권이 관료들을 채찍질해 민간을 도와야 할 때다. 용산 대통령실, 국회 등이 합심해 '반도체 특위'에 뒤잇는 '배터리 특위'로 다가올 10년의 겨울을 대비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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