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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칼럼] 인간의 무한 욕망과 중국몽

[여의도 칼럼] 인간의 무한 욕망과 중국몽

기사승인 2022. 10. 1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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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모르는 욕망은 파멸의 지름길, 절제와 자제가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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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야윈춘(亞運村)에 세워진 중국몽 조형물의 사진을 찍고 있는 한 시민.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는 듯한 모습이다./제공=신화(新華)통신.
소설 '삼국연의'의 주인공 중 한명인 조조(曹操)는 실체보다 잘못 알려진 대표적인 역사적 인물로 손꼽혀야 한다. 나름 대시인에 훌륭한 정치가라고 할 수 있음에도 간웅으로만 평가받고 있으니까 말이다. 더구나 그는 분수 모르는 욕망을 절제할 줄 아는 꽤 괜찮은 품성을 지닌 인물로도 중국사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인성은 '후한서(後漢書)'의 헌제기(獻帝紀)에 나오는 기록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때는 촉(蜀)나라를 건국한 유비(劉備)가 오(吳)나라의 손권(孫權)과 치열하게 다투고 있을 때였다. 위나라의 조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숨에 한중(漢中)을 점령한 후 농이라는 지역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러자 그의 휘하 명장인 사마의(司馬懿)가 "이 기회에 촉의 유비를 쳐야 합니다. 그러면 그 땅을 쉽게 얻으실 수 있습니다"라면서 진언을 올렸다. 하지만 조조는 "사람은 만족을 모른다. 그러나 이미 농을 얻었으니 촉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라면서 사마의의 진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마 괜히 욕망의 노예가 돼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도모했다 파멸의 구렁텅이로 들어갈 지 모를 횡액을 경계했다고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평균적인 인간들은 끝 없는 욕심을 의미하는 '득농망촉'이라는 고사성어를 남긴 조조와 같지 않다고 해야 한다. 웬만하면 떨쳐버리지 못할 무한 욕망에 사로잡혀 절제를 모른 채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경우가 많다. 그 행동의 결과가 파멸이라는 사실을 알아도 그렇다고 해도 좋다.

굳이 머리 싸매고 열심히 이런 사례들을 찾을 필요도 없다.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행태만 얼핏 봐도 별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오로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양심을 버리고 말도 안 되는 견강부회의 궤변을 늘어놓는 정치인들이 그야말로 지천이기 때문이다. 최근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말이라고 우김)'라는 고사성어가 항간에 널리 회자된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득농망촉'과 '지록위마'의 본 고장인 중국이라고 별 다를 게 없다. 아니 대부분 중국인들이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는 말을 신봉하는 사실을 상기하면 오히려 한국보다 더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99개를 가진 사람이 남의 것 1개를 빼앗아 100개를 채우려는 황당한 욕망이 별로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국가가 욕망을 절제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진짜 그렇다는 사실은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중국 전체 사회를 관통한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이라는 슬로건 하나만 봐도 좋다. 이 슬로건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중국이 전 세계에서 최고의 리더이자 이상 국가라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엄청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내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사회주의적이 아닌 전체주의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최근 일부 외신이 '차이나치(차이나+나치)'라는 신조어를 종종 거론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말할 것도 없이 이런 자세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이 의도적으로 주도하는 '반중 정서' 확산에 의해 중국이 왕따가 되는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게다가 중국 내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다. 어느 정도인지는 지난 13일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중관춘(中關村)의 쓰퉁다차오(四通大橋) 위에서 벌어진 '반시진핑' 시위를 봐도 좋다.

여기에 최근 유명 축구선수 출신인 하오하이둥, 차이샤(蔡霞) 전 중앙당교 교수들처럼 잇따라 해외에 망명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존재까지 더할 경우 중국몽 슬로건은 다소 문제가 있지 않나 보인다. 양심과는 그야말로 10만8000리나 떨어져 있는 한국의 정치인들과 중국이 '득농망촉'의 고사성어가 주는 교훈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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