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분기 12.58% 대비 급락…코스피 낙폭 두배
"11월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시 수익률 상승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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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부터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 상품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수익률이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디폴트옵션은 DC와 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6주 이상 별도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고 방치한 경우에 대비해 미리 운용방법을 설정하는 것이다. 적극적인 연금 운용과 수익률 제고를 위해 지난 7월 도입됐지만 정부는 상품 승인 및 규약 개정 절차를 밟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3개 증권사의 올 3분기 기준 원리금 비보장형 DC 퇴직연금 상품 평균 수익률은 -13.7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낙폭(-6.5%) 대비 두 배 이상 빠졌다. 특히 작년 3분기 DC형 평균 수익률인 12.58%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저조한 성적이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크게 올랐다. 시중에 유동성이 대거 풀리면서 주식과 채권 등 실적 배당형 상품을 담은 DC형과 개인 IRP(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상승했다. 개인투자자들은 노후 대비용인 퇴직연금 자금을 원리금 보장 위주인 은행 대신 위험은 높지만 고수익을 추구하는 증권사로 옮겼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이 고꾸라졌다. DC형뿐만 아니라 IRP의 올 3분기 평균(14개사) 수익률도 -15.1%로 집계됐다. 또 확정급여형(DB)의 평균(12개사) 수익률은 -6.8%로 나타났다. DC형과 IRP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인(근로자)이 직접 운용한다. DB형은 회사가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미리 정한 퇴직급여를 개인에게 지급한다.
증권사별로 보면 한화투자증권의 DC형과 IRP 수익률이 가장 저조했다. 각각 -19.99%, -17.34%를 기록했다. 이어 DC형에선 현대차증권(-18.79%), KB증권(-17.21%), 하이투자증권(-16.27%), 삼성증권(-16%) 등 순으로 수익률이 낮았다. 또 IRP에서는 KB증권(-17.23%), 유안타증권(-16.72%), 신한투자증권(-16.11%), 한국투자증권(-15.86%)이 수익률 하위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1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디폴트옵션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퇴직연금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이달 안으로 디폴트옵션 상품에 대한 적격 승인을 내리면 다음달부터 가입자가 상품을 선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디폴트옵션은 DC형과 IRP 가입자가 퇴직연금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고 6주가 지나면 사전에 설정한 금융상품에 퇴직연금이 자동으로 투자·운용된다. 만에 하나 상품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예·적금 운용이 아닌 이자가 거의 없는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디폴트옵션 상품의 유형은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드펀드(BF) △스테이블밸류펀드(SVF) △사회간접자본(SOC) 등이다. 정부는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퇴직연금 수익률이 연 5~7%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는 디폴트옵션을 선택하기 전 투자성향, 만기, 금리, 수익률, 시장 변동성, 수수료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금융사들로선 디폴트옵션으로 퇴직연금(자금)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돼 수익률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