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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칼럼] 푸틴은 21세기 격세유전적 히틀러의 후손인가?

[강성학 칼럼] 푸틴은 21세기 격세유전적 히틀러의 후손인가?

기사승인 2022. 11. 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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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남극과 북극은 지구의 반대쪽에 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어느 한쪽 극에서 내일 잠에서 깬다면 당신은 어느 쪽의 극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마도 한쪽엔 보다 많은 펭귄들이 있을 것이고 다른 한쪽엔 보다 많은 곰들이 있을 것이지만 주변엔 온통 얼음과 눈, 그리고 매섭게 부는 바람만 있을 것이다."

이는 20세기 "공산주의"와 "파시즘"(나치즘)이라는 두 전체주의 속엔 사실상 자매 같은 공통의 신념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간파한 최초의 인물들 가운데 대표적인 20세기 최고의 영웅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의 말이다. 처칠은 일찍이 "악마의 신념"이라는 제목의 한 기사에서 공산주의와 파시즘, 남극과 북극을 어떻게 상기시키는지에 대해 메타포(metaphor)를 사용해 표현하는 천재성을 발휘했다. 결국 처칠은 우리에게 공산주의와 파시즘은 남극과 북극에서처럼 사람들이 살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주 명확하게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그것들을 종식시킨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70여 년이 지났지만 그런 전체주의가 러시아 땅에서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대통령에 의해 마치 격세유전적(atavistic) 후손처럼 다시 출현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어떤 면에서 스탈린과 히틀러를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공산주의와 파시즘은 권위, 권력, 전쟁,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의지를 칭송한다. 그것들은 동시에 인간의 고통을 완전히 무시하는 두드러진 특징을 갖고 있다. 그들의 타당성은 성공에 달려있다. 그것들은 실패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것들은 최고 지도자 한 사람의 개인적 우상화를 통해 국가 전체를 획일적으로 통치한다. 따라서 전체주의 국가의 통치자가 어떤 사상적 신념을 갖고 있느냐는 문제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것이 그의 인식체계의 본질이며 개념적 틀이기 때문이다. 보다 추상적으로 말해서, 그것이 바로 그 통치자의 인격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그의 거의 모든 행동과 국가정책의 원천이다.

히틀러는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결합하여 민족사회주의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거대한 독일민족의 제3제국을 건설하려고 했다. 반면에 스탈린은 공산주의와 애국주의를 결합했다. 그래서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애국주의적 전쟁"이라고 명명하고 러시아인들의 애국심을 조장했다. 전쟁수행에 공산주의 이념만으로는 러시아인들의 치열한 전투의지를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히틀러나 스탈린도 자신들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인간의 원초적 감정인 민족주의(인종주의)와 애국주의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푸틴은 21세기 러시아를 전체주의로 전환시켰다. 그는 자기의 사상적 스승인 알렉산더 두긴(Alexander Dugin)을 통해 신-유라시아주의 사상에 사로잡혔다. 신-유라시아주의는 러시아의 정교적 슬라브주의와 지정학 이론을 결합하여 마치 히틀러가 제3제국을 추구했듯이 옛 러시아 제국의 재건설을 모색한다. 그리하여 미국의 지구적 헤게모니에 대한 균형자 혹은 평형 축으로서 유라시아 대륙에서 러시아의 헤게모니를 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지난 소련제국의 국가적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다.

소련공산주의 파산 이후 알렉산더 두긴을 통한 푸틴의 정치적 신념체계는 스탈린으로 복귀가 아니라 히틀러의 비밀스러운 격세유전적 후손이 되었다. 왜냐하면 두긴은 히틀러처럼 생존을 위한 실존적 권력의지를 일관되게 주장하는 마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실존주의 철학에 자신의 사상적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정치, 특히 국제정치란 적과 동지를 구분하는 것이라는 독일의 철학자 칼 슈미트(Carl Schmitt)의 정치에 대한 개념과 대서양주의에 맞서는 유럽중심주의의 지정학이론을 수용하여 신-유라시아주의로 발전시킨 것이다. 이것은 결코 국제주의나 사해동포주의가 아니며 전면적 반-자유주의적 정치 신념이다. 전체주의란 고전적 의미에선 폭정(tyranny)이다. 따라서 히틀러는 결코 국가의 위기를 타개하기위해 일시적으로 독재를 행사하는 로마시대의 '헌정적 독재자(a constitutional dictator)'가 아니라 고전적인 폭군(tyrant)이었다. 이제 21세기에 들어서 대우크라이나 전쟁을 재앙스럽게 수행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도 단순히 권위주의적 지도자에서 완전히 시대착오적인 폭군으로 변해버렸다. <사자의 집으로부터 노트>에서 도스토에프스키(Dostoevski)는 폭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권력, 즉 다른 인간을 가장 극단적인 굴욕으로 타인을 굴욕감을 준 경험을 한 자는 누구나 싫든 좋든 자기 자신의 감각에 대한 힘을 상실한다. 폭정은 습관이다. 그것은 발전할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은 결국 질병으로 발전한다. 피와 권력은 황홀하게 한다. 인간과 시민은 폭정 속에서 영원히 죽어간다. 인간애, 참회, 재생으로의 복귀는 거의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 인용문은 아마도 푸틴 대통령에게 적합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의 사상적 신념체계를 깊이 고려한다면 그는 핵무기의 사용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묵시록적" 파괴를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만일 푸틴이 그동안 국제적으로 엄격히 터부시 된 핵무기 사용의 높은 문턱을 넘어서 핵무기를 품에 안고 번지점프(bungee jump)를 한다면 그는 히틀러가 마지막 순간에 스스로 연출했던 바그너(Wagner)의 비극적 오페라 "신들의 황혼"(Goetterdaemmerung)도 재연하지는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히틀러처럼 폭군의 영혼을 가졌지만 그러나 그는 히틀러의 21세기 어쭙잖은 짝퉁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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