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이태원 참사]주최자 없어 통제 못한다? 관련법 규정 어긋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21103010002033

글자크기

닫기

김철준 기자

승인 : 2022. 11. 03. 16:05

뒷짐진 당국, '책임 회피' 비판 불가피
경찰 직무집행법, 극도의 혼잡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 있어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사고를 예방 노력 필요
이태원 참사 추모
이태원 참사 추모 사진. /김철준 기자
'이태원 참사'에 대해 정부 및 서울시와 용산구가 주최 측이 없어 대응할 수 있는 메뉴얼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가운데, '경찰관 직무집행법' 상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과 조치가 반드시 이뤄졌여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아시아투데이>가 입수한 용산서, 서울경찰청의 '핼러윈데이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핼러윈 기간에 148명을 현장 배치해야 하며, 질서회복과 시민안전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하지만 사고 당일 경찰은 현장에 이태원 파출소 22명을 비롯한 137명을 투입하고, 112 신고가 들어와도 부실하게 대응했다. 심지어 대부분 경찰들은 마약, 노출 등에 대응하는 것으로 지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3년 만의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 축제로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음에도 재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행안부)와 경찰·소방청, 관할 구청인 용산구청 등 관계당국은 사전 예방을 제대로 하지 않은데다, 참사가 터지자 '주최 없는 행사'에 대한 매뉴얼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지난달 31일에 "이건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겠죠"라고 발언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사과'했다. 박종현 사회재난대응정책관도 지난 2일 "이태원 사고와 같은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으로 모이는 그런 행사난 축제, 모임 같은 데에는 바로 적용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홍기현 경찰청 경비국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명확한 주최자 없이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상황을 대비한 경찰 매뉴얼은 없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관련 법에 따르면 경찰은 '혼잡 경비'인 상황에서는 매뉴얼이 없더라도 직무수행이 가능하다. '혼잡 경비'는 조직되지 않은 군중의 무질서를 예방하는 경찰의 직무를 뜻하는 법률 용어이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혼잡 경비 의무 있어 "경찰력 적극 동원했어야"
경찰의 직무를 규정하는 법인 '경찰관 직무집행법 5조 1항(위험 발생의 방지 등)'에 따르면, '경찰관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극도의 혼잡이 있을 때에는 다음 각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경찰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그 장소에 모인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필요한 경고를 하는 것', '그 장소에 있는 사람, 사물의 관리자, 그 밖의 관계인에게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조치를 하게 하거나 직접 그 조치를 하는 것'이다.

또 재난안전법 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지고,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발생한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용산구청은 행사 2일 전 '핼러윈 대책 회의'를 진행하면서도 자원순환과 직원만 참석해 쓰레기 문제 등만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태원은 핼러윈 기간 동안 많은 인파가 몰려 혼란이 예상되는 장소인 만큼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과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해당 법에 따르면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직무상 의무가 있다"며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고 하는데 가이드라인이 없어도 대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사처벌은 힘들겠지만 국가손해배상은 가능해 보인다"며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림이 하는 행동으로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행위일 경우 주의 의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식 서영대 경찰사법대학 교수 역시 "보통 10만명 정도 모이는 집회 같은 경우 1000명 이상 동원되는데, 이번 할로윈에 동원된 경찰력은 매우 부족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김철준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