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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스님 “진관사 사찰음식 수륙재서 나온 전통문화”

선우스님 “진관사 사찰음식 수륙재서 나온 전통문화”

기사승인 2022. 11. 0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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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총무국장 스님 인터뷰]
모든 이를 위한 국행수륙재 정신 설명
외국 귀빈들 사찰 풍경과 음식에 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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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진관사는 600년간 이어온 국행수륙대재로 유명하다. 국행수륙재를 진행하고 있는 회주 계호스님./제공=진관사
서울 은평구 진관사는 병풍처럼 둘러싼 북한산 풍경과 맑은 계곡으로 유명한 도심 속 사찰이다. 진관사는 고려·조선시대에 걸쳐 왕실사찰로 번창했지만 한국전쟁의 화마(火魔)에 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비구니스님들의 헌신적인 불사(佛事·절을 짓는 일)로 불탄 절은 오늘날의 모습을 되찾았다. 진관사 명물은 국행수륙재(國行水陸齋)다. 물과 땅에 있는 모든 생명들과 죽은 이를 달래기 위한 수륙재를 국가차원에서 봉행했던 전통을 잘 보존했다. 수륙재에서 유래한 사찰음식은 외국 귀빈들이 한국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진관사를 찾는 이유가 됐다. 최근 만난 템플스테이 담당 선우스님(진관사 총무국장)은 서울 시민이야 말로 진관사의 귀빈이라며 방문을 권했다. 다음은 스님과 나눈 얘기다.

-600년간 이어온 국행수륙대재가 진관사의 명물로 알려졌다. 국행수륙재에 대해 알려달라.

"국가무형문화재 126호 국행수륙재는 '죽은자는 반드시 극락왕생할 것이고 산자는 평안할 것'이란 염원이 담긴 의식이다. 수륙재는 부처·보살부터 가장 험하게 죽은 중생까지 모두의 얽힌 인연을 푸는 의식이다. 이런 목적의 수륙재를 왕실과 국가차원에서 했으니 예로부터 재단(齋壇)을 절대 가볍게 차리지 않았다. 불보살(佛菩薩)을 모시는 단, 신중단(神衆壇·불교를 수호하는 신들), 아귀(餓鬼·굶주린 귀신)가 오는 단, 법당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영가들을 위한 단까지 마련해서 의식을 진행한다."

-현재 진관사는 비구니스님 절로 알고 있다. 스님들이 신경써서 하는 일은 무엇인가.

"우리가 하는 일은 사찰음식의 전통을 잇는 일이다. 고려 때는 오백 나한재를 지냈고 조선시대에 넘어와서는 국행수륙재로 지냈다. 그러다보니 진관사가 재를 지내는 재례음식의 전통이 고스란히 남았다. 여기서 나온게 사찰음식이다. 여기에 더해 회주 계호스님(사찰음식 명장스님)이 2012년부터 템플스테이 용도로 절을 개방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공간이 됐다. 코로나 이전에는 1000~3000명까지 독거노인 또는 지역민을 위해 음식을 나눴다. 이런 행사 밑바탕에는 모든 이를 위하는 국행수륙재의 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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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초청한 템플스테이에서 회주 계호스님(앞줄 가운데 왼쪽)과 주지 법해스님(앞줄 가운데 오른쪽)이 후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제공=진관사
-진관사를 방문한 외국 귀빈들 중 기억남는 사람이 있다면.

"오바마 대통령 당시 백악관 부주방장이 진관사를 방문했을 때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게 뭐냐'고 물었는데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 소스에만 신경썼다며 '큰 가르침을 받고 간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식의 뿌리에 사찰·산사음식이 있다고 봤다. 2015년에 온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도 인상에 남는다. 처음에는 40분 정도 있으려고 했는데 2시간반 이상 머물다갔다. 한국의 비구니 스님의 교육과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방문했다가 사찰음식의 매력에 빠져 예정보다 더 머문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기업의 대표이사 한 분도 기억난다. 이슬람 국가 출신임에도 불교와 불교 명상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그는 돌아갈 때 '한국에서 진정한 가족을 만났다'는 말을 남겼다."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템플스테이를 하는 걸로 안다. 반응은 어떤가.

"회주인 계호스님은 늘 '내가 먹은 음식이 내몸과 인격을 만든다'고 말씀하셨다. 진관사는 '잘 먹고, 잘 쉬고, 잘 노는 것'을 템플스테이의 목적으로 잡았다. 잘 먹는 건 좋은 음식을 먹는 거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11살 아이는 '어떻게 소시지가 없는 밥인데 소시지가 그립지 않을까'라고 후기를 썼다. 청소년들이 밥을 다 먹었다고 하며 밥그릇을 보여주는 데 밥이 그릇에 많이 남아있었다. 어린 친구들에겐 남기지 않고 먹는다는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밥을 남기지 않는 게 환경을 구하는 일이라고 설득하니까 참가자들도 변했다. 한 28살 여성은 지구를 구하는 일이란 생각으로 식사를 하니까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잘 쉬는 방법은 조용히 나를 만는 시간, 내려놓는 시간을 갖는 거다.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청소년 아이들은 3시간 동안 묵언을 한다. 생각보다 애들이 잘 해서 놀랬다."
진관사 사찰스님 인터뷰
진관사 총무국장 선우스님이 인터뷰 중에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이야기를 하면서 미소지었다./김현우 기자cjswo2112@
-진관사를 방문객들에게 꼭 보라고 권하고 싶은게 있다면.

"진관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 대웅전 뒤에 보이는 산세, 진관사의 계곡물 소리를 들어보라고 권한다. 스위스 건축가 피터 줌터는 사찰 건물 배치를 보고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며 찬탄했다. 또한 구한말 태극기와 태극기가 나온 칠성각도 보고 가라."


-향후 어떤 계획이나 프로젝트가 있나.

"우리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3소 운동'을 한다. 적게 먹고, 미소 짓고, 채소를 먹는 것. 이 세가지만 지켜도 나와 남도 좋고 지구도 살릴 수 있다. 나 한사람이 제대로 잘 먹는다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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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제공=진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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