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A] 인천공항 2터미널 하도급 입찰 ‘정보 유출’ 의혹

기사승인 2022. 1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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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측 컨설팅 스틸라이프, 서측 공사 담당 스틸라이트와 가족 기업
스틸라이프, 사전 정보 입수...스틸라이트, 입찰 과정서 활용
HJ중공업, 스틸라이트 하도급 선정 시 특혜 의혹
인천공항공사 관리 강화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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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사업 현장 사진 / 출처=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사업 제2터미널 확장 공사 동측 시공사와 컨설팅 계약을 맺은 '스틸라이프'가 서측 공사 하도급 입찰에 참여한 가족 기업 '스틸라이트'에 입찰 가격을 낮출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제2터미널 확장 공사는 동측은 한화건설이, 서측은 HJ중공업이 시공사로 참여 중이다.

업계에서는 스틸라이프가 한화건설 컨설팅으로 참여해 공항공사가 저가자재를 사용할 수 있게 변경한 시방서 정보를 HJ중공업(서측)의 하도급 입찰 전에 확보, 스틸라이트에 공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스틸라이트가 HJ중공업 하도급 입찰에서 해당 정보를 이용해 공사를 따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HJ중공업이 변경된 시방서 내용을 입찰에서 공지하지 않아 스틸라이트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특혜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23일 취재 결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진하는 제2터미널 확장 지붕공사에 스틸라이프와 가족기업인 스틸라이트가 동시에 참여하고 있다. 스틸라이프는 동편 시공사 한화건설과 지난 2월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스틸라이트는 지난 7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컨소시엄을 맺고 HJ중공업 하도급 입찰에서 선정됐다. 수주액은 약 425억원이다.

제기된 의혹의 골자는 스틸라이프가 저가 자재도 사용 가능하도록 바뀐 시방서 정보를 스틸라이트에 입찰 전 공유해 선정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스틸라이프는 한화건설에서 최신 시방서 등 각종 설계도서를 제공받아 자문하는 컨설팅 역할을 하고 있다. 동·서편 지붕공사는 동일 자재와 공법으로 진행돼 시방서 내용도 대부분 같다.

스틸라이프는 인천국제공항 3단계 사업에서도 HJ중공업과 시공을 담당했던 기업이었지만, 경영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19년 회생절차를 거쳐 2020년 마무리했다. 이런 이유로 공항공사에서는 스틸라이트를 기존 스틸라이프가 사명을 변경한 것으로 오인해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공항공사의 관리 소홀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스틸라이프와 스틸라이트가 같은 회사로 알고 있었다. 두 회사가 다른 법인인 줄은 모르고 있었다. 스틸라이프가 한화건설과 개별적으로 컨설팅 계약을 맺고 있는 것도 그동안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스틸라이프와 스틸라이트는 사업장 소재지 주소가 동일하다. 또한 스틸라이트 사내이사 A씨와 스틸라이프 대표 B씨는 부부 관계다. 스틸라이프 직원은 "스틸라이트 이사 A씨와 스틸라이프 대표는 부부관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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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4단계 건설사업 현장 / 출처=인천국제공항공사
이와 함께 HJ중공업이 저가 자재 사용이 가능하도록 시방서가 변경됐음에도 입찰 업체들에 고가 자재만 적용된 시방서를 사용한 것이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해 시공사인 HJ중공업과 한화건설은 시방서 상 외국산 고가 알루미늄 지붕재 대신 저렴한 국산 자재도 선택할 수 있도록 완화해달라는 설계변경을 요청했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11월 이를 승인 통보했고, 시방서 상 해당 자재 변경 효력도 즉시 발생했다. 발주사가 시방서 내용을 변경하면 원도급사가 이를 하도급 입찰에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HJ중공업은 지난 5월 진행된 현장설명회에서 변경된 시방서를 이용하지 않고 외국산 고가 지붕재만 포함된 변경 전 시방서를 사용했다. 한화건설이 지난 6월 하도급 입찰에서 변경된 시방서를 사용한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입찰에서 탈락한 B업체 관계자는 "자재 기준이 이미 변경됐음에도 HJ중공업만 하도급 입찰에서 다른 기준을 제시했고, 결국 자재 기준이 완화된 것을 알 수 있는 컨설팅 기업의 특수 관계 업체가 선정됐다"며 "문제가 있는 불공정 입찰"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입찰에서 선정된 스틸라이트와 2등으로 탈락한 업체의 투찰 금액 차이가 4억6000만원으로 문제가 되는 고가와 저가 자재 금액 차이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J중공업은 변경된 시방서와 달리 고가 자재만 가능한 기준을 입찰에서 제시하며 이를 꼭 지키라고 해 스틸라이프와 스틸라이트에 유리한 입찰 기준을 제공했다는 의구심이 든다"며 "변경된 기준대로 요구했으면 입찰 업체들이 10억원 가량 낮게 쓸 수 있어 결과가 바뀌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HJ중공업은 이런 의혹과 관련 어떤 관여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HJ중공업 관계자는 "(일부 자재에 대한 변경만 있었을 뿐) 최종적으로 시방서 변경이 되지 않았기에 변경 전 기준을 하청 입찰에 사용한 것"이라며 "해당 의혹에 관여한 바 없다. 자재 변경 정보를 스틸라이트에 제공하지 않았고 한화건설과 스틸라이프 간 컨설팅 계약 사실도 몰랐다"고 말했다.

업계는 컨설팅 기업이 정보를 사전 유출하는 불공정 입찰이 어느 공사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며 관리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공항공사 등 발주사가 규정을 만들어 이 같은 하도급 불공정 입찰 의혹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항공사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토해보겠다. 법에서 허용하는 선에서 이러한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스틸라이프 대표에게 해당 의혹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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