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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자기 성찰’ 노조, 노동취약계층의 이익도 배려하기를

[김이석 칼럼]‘자기 성찰’ 노조, 노동취약계층의 이익도 배려하기를

기사승인 2023. 01. 0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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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논설심의실장)
논설심의실장
지난 6일 노사정 신년인사회에서 서종수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위원장이 솔직하게 자기반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던 것이 오랫동안 인상에 남았다. 아마도 노조간부의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조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직설적이고 비판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오히려 정부를 지지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우리 노동계는 깊이 성찰해봐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민주노총 간부가 했더라면 더 신선했을 테지만, 민주노총은 1995년 창립 이후 노사정 신년인사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고 이날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런 발언을 한 서 위원장이 민주노총보다는 온건하다고 평가받는 한국노총 소속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노동계 인사의 이런 발언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한국 노동계가 좀 더 합리적인 자세로 노동관련 이슈들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노조를 기득권 집단이나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면' 사회적 낭비와 혼란을 초래한다고 노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냈다. 아마도 공기업처럼 일반 기업들과는 달리 소비자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압력을 받지 않는 부문을 '철밥통'이라 부르고 다른 부문보다 높은 평균 연봉을 받는 노동자들의 노조를 귀족노조라고 부르는 것을 경계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들이 노조를 어떻게 바라보고 노조가 어떤 평판을 얻고 있느냐는 것은 상당 부분 노조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 노조가 특정 정책에 대한 입장을 낼 때, 노조조차 만들지 못하는 노동 취약계층과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이들에게 미치는 효과까지 잘 고려함으로써 이들의 입장까지 잘 대변해 준다면, 귀족 노조와 같은 평판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의 인상만 하더라도 노조는 대개 빠르고 큰 폭의 인상을 주장하지만,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특별한 기술을 익히지 못한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은 그가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크게 줄인다. 이는 결과적으로 취업 중인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미국에서도 1929년 증시가 폭락할 당시 후버 대통령은 재계 인사들을 백악관에 초청해서 되도록 임금을 내리지 말 것을 요구했고 당시 재계 인사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미국의 노조들이 후버 대통령의 이런 조치를 크게 환영했었다.

그러나 임금이 시장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변화해야 고용(실업)도 늘어날 수 있는데 이런 후버의 조치가 오히려 실업을 더 키우는 역설이 발생했다. 경제 침체기에 재고가 쌓여 물가는 오히려 떨어지는데 임금은 떨어지지 않아서 실질임금이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했다. 일자리를 유지했던 이들은 경기침체 속에서도 실질임금이 올라가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런 임금을 줄 형편이 못 되는 기업들은 해고를 하고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재화의 가격이 그 재화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서 과부족이 없도록 만들어주듯이 임금도 결국 고용과 실업의 과부족이 없도록 조절해 주는 기능을 한다. 이를 부정하고 기업들이 어렵더라도 임금을 유지하거나 더 주면 이들이 소비를 더해서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다는 후버의 잘못된 신경제론은 1933년 3월 노동력 4분의 1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가게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소득주도성장론'과 유사한 후버의 '신경제론'은 이렇게 미국에서 이미 실패했던 적이 있었다. 미국에서도 대기업과 공공부분의 노조원들은 취업상태를 유지했을 가능성이 높다. 노조가 입장을 취할 때 장기적 안목에서 자신보다 취약한 노동자들에게도 좋은 것인지 잘 배려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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