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불황에 사라진 ‘출혈 수주’…정비사업 시공사 찾기 ‘별따기’

불황에 사라진 ‘출혈 수주’…정비사업 시공사 찾기 ‘별따기’

기사승인 2023. 02. 06. 17:0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올 들어 서울 재건축·재개발 경쟁입찰 '0'
2곳 이상 참여 없어 잇따라 유찰
원자잿값 상승에 공사비 오르고
분양가 하락·입찰 비용도 '부담'
basic_2021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정비사업 수주시장에서 시공사들의 '출혈 경쟁'이 사라졌다. 한때 수주를 위해 건설사들끼리 피 터지는 경쟁을 벌였던 것과는 딴판이다. 건설사들이 원자잿값 상승과 고금리 여파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우려해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꺼려해서다. 이렇다 보니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에서 무응찰 또는 단독 입찰을 하는 사업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확정된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6건 중 경쟁 입찰을 거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5곳은 단독 수주, 한 곳은 공동 수주로 모두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를 정했다.

동대문구 청량리 제6구역 재개발조합은 얼마 전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을 진행했는데, GS건설만 단독 입찰해 결국 유찰됐다. 이에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등 8개 건설사가 참여했다. 하지만 응찰에 나선 곳은 단 한 곳뿐이었다.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4869억2000만원으로 3.3㎡당 655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원자재 가격 등의 상승으로 인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금액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제29조(계약의 방법 및 시공자 선정)에 따르면 정비사업 시공사를 선정할 때 한 곳의 건설사만 입찰에 참여하면 유찰된다. 다만 시공사 선정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면 정비사업 조합은 단독 입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청량리 제8구역도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지만 롯데건설의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8구역 역시 공사 예정가격은 1728억8400만원으로 3.3㎡당 640만원 수준으로, 건설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강남권에서도 경쟁 입찰이 없는 정비사업지가 나왔다. 포스코건설은 지난달 7일 서초구 방배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당초 현대건설과의 경쟁구도가 점쳐졌지만 현대건설이 결국 이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신규 브랜드 '오티에르'를 앞세운 포스코건설이 무혈 입성한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는 것은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에 따라 공사비를 대폭 올려 받으려는 시공사와 과거 공사비 액수를 고집하는 조합 간의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도 예전처럼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치열한 수주전을 펼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입찰에 나서기 위한 비용도 건설사 부담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법상 도시정비사업 입찰보증금은 재개발·재건축 조합에서 결정한다. 문제는 보증금 단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용산구 한남2구역의 입찰보증금은 800억원이었다. 이는 공사비 7900억원 대비 10%를 뛰어 넘는 금액이다.

이태희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건설 자잿값 상승과 분양시장 침체에 따른 분양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재개발·재건축 수주 자체를 보수적으로 하려는 경향이 커졌다"며 "건설사들의 출혈 수주 경쟁 회피 분위기는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