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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대한 이해

[칼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9조에 대한 이해

기사승인 2023. 02.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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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가톨릭사회복지연구소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기획재정부와 서울시에 장애인 권리예산 확보 문제를 제기하고 대립각을 세우며 수개월에 걸쳐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장연이 장애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19조다. 그러나 19조의 내용에서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전장연이 말하고 있는 '탈시설'(Deinstitution)이나 '탈시설화'(Deinstitutionalization)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조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주택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동등하게 거주지와 주거 형태에 대한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분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별지원을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음의 몇 가지 점에서 전장연의 주장은 장애인권리협약의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

첫째 전장연이 말하는 일괄적인 탈시설 정책은 유엔권리협약에서 강조하는 주거 형태의 선택권과는 다르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모두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장애인 중에서 재가장애인의 비율은 264만여 명, 시설에서 거주하는 장애인의 비율은 2만8000여 명이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라고 해서 이들이 선택의 자유 없이 일방적으로 시설에 감금되어 있다는 논리는 근거가 부족할 뿐 아니라 시설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오히려 장애인들의 선택을 제한시키는 차별이다.

둘째 우리나라의 장애인거주시설은 인권유린의 장소가 아니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들에 대한 불평등과 인권유린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장애인들의 존엄성과 그분들의 권리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장애인거주시설 또한 예민한 인권감수성을 바탕으로 이미 개인별 지원사업과 자립지원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은 폐쇄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지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셋째 지역사회의 통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를 갖고 있든 그렇지 않든 동등한 존엄성을 이야기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해 국가는 대상에 맞는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장애인을 위한 정책에는 더욱 더 다양하고 예민한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일괄적인 정책은 독일 나치의 전체주의와 다를 바 없다. 일괄적인 탈시설은 되려 장애인들을 지역사회로 통합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분리하는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립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지적할 수 있겠다. 장애인권리협약에서는 '자립적 생활'과 '지역사회에의 동참'을 말한다. 이것은 공간적인 분리 독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설이라 할지라도 그들의 자립적 생활을 보장해 주는 구조와 운영체계를 지니고 '장애'의 상황에 보조성의 원리에 입각한 종사자들의 개입이 이뤄진다면 거주형태는 '공동거주'이겠지만 자립적 생활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로 지역사회의 임대아파트에서 집 안 침대에서만 누워 지낸다면 공간적인 독립은 이루어졌겠지만 지역사회에 동참해 살아가는 주체적이고 존엄한 삶이라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전장연이 주도하고 있는 탈시설 정책은 이러한 자립생활을 보장하기보다는 오히려 주거형태의 분리만을 강조할 뿐이라 이러한 주장은 자칫 장애인들의 자립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고립'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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