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정의선의 글로벌 영토확장①]글로벌 톱3 ‘우뚝’… 핵심시장 공략 강화

[정의선의 글로벌 영토확장①]글로벌 톱3 ‘우뚝’… 핵심시장 공략 강화

기사승인 2023. 03. 07. 18:04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정의선의 글로벌 車 영토확장①]
올해 판매목표 852만1000대, 전년 판매량 대비 24%↑
현대차, 美·EU·中·日·신흥시장별 공략법 제각각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1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제공 = 현대자동차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판 기업. 지난해에만 글로벌 시장에서 684만대를 판매한 현대차그룹의 위치다. 2010년 포드를 제치고 글로벌 5위에 오른지 12년만이다. 이미 국내시장은 완성차5사 중 현대차·기아의 합산 점유율이 90%를 넘기며 포화상태다. 정의선 회장은 글로벌 영토 확장을 통해 '글로벌 톱3' 보다 더 높이 오르기 위한 경영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과제는 산적해 있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미국과 고강도 환경규제를 주도해 가고 있는 유럽시장을 정면 돌파할 답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과 전기차 틈새시장이 노출 된 일본을 비롯해 새로운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인도와 아세안 신흥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SUV·전기차·제네시스' 트로이카 맹활약…영업이익 '수직 상승'
7일 현대차·기아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양사 합산 지난 5년간 총 판매량은 3445만8744대다. 같은기간 제시했던 목표치 3714만1000대 대비하면 약 93% 수준이다.

부족한 7%는 왜 채우지 못했을까. 들여다보면 2018년은 야심차게 진출했던 중국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던 시점이다. 중국현지서 179만대를 판매하며 정점을 찍은 2016년, 그 해 한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과의 갈등이 커졌다. 이른바 한한령이 내려지며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현대차 중국 비즈니스 내리막이 시작됐다. 2018년 간신히 100만대를 지켜냈던 중국시장은 지난해 기준 양사 합산 점유율이 불과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배구조 재편을 시도했지만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의 경영권 흔들기에 부딪혀 모비스와 글로비스간 합병이 무산돼 내부로부터 혼돈을 겪던 해이기도 했다.

2019년 현대차의 중국내 판매량은 여전히 추락하고 있었고 EU를 중심으로 한 환경규제는 본격적으로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정 회장이 수소차에 역량을 모으기 시작한 배경이다. 현대차는 전기차·자율차 등 신기술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EU 시장은 브렉시트로 위축됐고 4년전인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 여파에 소비자 지갑도 닫혀갔다. 믿었던 중국과 인도시장까지 쪼그라들면서 전세계 자동차 판매가 뒷걸음 치자 현대차그룹 판매량도 전년대비 20만대 후퇴한 719만대에 그쳤다.

2020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다. 중국 공장 셧다운 사태가 빈번히 이어지면서 와이어링 하네스 등 부품 공급이 멈췄고 결국 현대차·기아의 공장 역시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소비자들의 야외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는 2019년 719만대에서 2020년 635만대로 11.7% 쪼그라들었다. 다만 한국시장은 이 와중에 선전했고 현대차·기아는 국내 목표치 125만대를 훌쩍 넘어선 134만대의 내수 판매를 실현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자동차 수요가 급증한 이유 중 하나로는 상승가도를 타고 있던 집값과 단기간 급등락 했던 주식시황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이때를 기점으로 고가의 수입차 역시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팬데믹이 1년 이상 지속된 2021년은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 되면서 반도체 부족이 크게 야기된 해다. 예상치 못한 반도체 수요 급증에 글로벌 반도체 회사들은 돈 안되는 자동차용 반도체 대신 값비싼 IT용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용 반도체 쇼티지'의 시작이다. 주문은 밀려드는데 반도체가 없어 차를 만들지 못해 실제 인도기간은 차종에 따라 1년을 넘어가기도 했다. 다만 레저 중심 SUV와 전기차, 고가의 제네시스가 팔려나가기 시작하면서 영업이익은 치솟았다. 이 영향으로 2020년 2조3947억원을 벌어들인 현대차는 2021년 6조6789억원으로, 2022년 9조449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수직 상승했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미국과 서방은 즉각 러시아와의 비즈니스 중단을 요구했고 현대차는 연 생산량 20만대 규모 러시아 공장 가동을 완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2021년만해도 러시아에서 37만8000대의 차량을 팔았던 현대차로선 뼈아픈 결정이었다. 그 빈자리는 중국차들이 빠르게 메웠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더 의미 있는 시장에서 성장을 거듭했다. E-GMP 기반 전기차는 해외에서 크게 선전했고 미국과 유럽에서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그 결과 깐깐한 미국에서 148만9118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고 유럽에선 106만989대를 팔며 판매량 4위를 기록했다. 106만1560대의 르노그룹과 불과 500대 수준의 근소한 차이였기 때문에 오히려 성장 잠재력이 높게 평가되기도 했다. 정 회장의 현대차그룹이 르노·닛산 연합을 제치고 글로벌 판매 3위로 올라선 배경이다.

(사진 6) 현대차 아이오닉 5 세계 올해의 차 수상 (1)
현대차 아이오닉5. /제공 =현대자동차
◇토요타·폭스바겐 넘으려면… 정의선, 글로벌 정세 읽어라
올해는 어떨까. 엿볼 수 있는 대목은 목표치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판매 목표를 852만1000대로 잡았다. 지난해 목표치였던 747만3000대 대비 14%, 실제로 판매한 684만대 대비 24.5%나 올려잡은 수치다. 반도체 쇼티지 해소국면에 들어서면서 차량 출고기간이 크게 단축 됐고, 고물가·고금리로 위축됐던 글로벌 소비심리도 회복 될 것이란 기대가 깔렸다.

올해 현대차의 판매 목표치 현실화를 좌우 할 가장 큰 변수는 미국시장이다. 순항 중인 전기차 판매가 IRA에 따른 보조금 변수에 성패가 엇갈릴 수 있어서다. 정 회장이 미국으로 수시로 날아가 긴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이유다. EU 역시 환경규제로 통상 환경을 급전환 할 수 있어 정세를 살필 현지 정보력과 혜안이 필요하다.

포기할 수 없는 중국시장 정상화를 위해선 일종의 생산설비 효율화를 위한 출구전략과 장기적으로 내다 본 '절치부심' 공략법이 요구된다. 토요타·혼다 등이 포진한 일본시장은 상대적으로 늦은 전기차 선점이 열쇠다. 현재 일본 현지엔 전기차 아이오닉5와 수소차 넥쏘만 출시 돼 있다. 향후 코나 전기차 수출 가능성도 나온다.

신시장 공략은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미 중국 인구를 훌쩍 넘어선 인도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 했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오는 2030년 인도 신차 판매량은 연 1300만대로 미국 신차 시장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현대차 기아는 인도에서 80만7067대를 판매했는데 1998년 인도 공장 설립 이후 25년만의 최대기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목표 판매량을 크게 올려잡았지만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교수는 "팬데믹과 반도체 부족 문제가 모두 해소 국면에 있어 밀어내기식 판매가 가능할 것이고 이미 선진시장으로부터 글로벌 수준의 품질을 인정 받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미국의 IRA와 러-우 전쟁 향방에 따른 러시아 공장 재가동, 1%대로 떨어진 중국 점유율 회복 가능성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