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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家 상속분쟁] LG “정당한 경영권 승계…인화정신 흔드는 건 용납 못해”

[LG家 상속분쟁] LG “정당한 경영권 승계…인화정신 흔드는 건 용납 못해”

기사승인 2023. 03. 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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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모 중기부
구광모 LG 회장/제공=중기중앙회
LG그룹이 75년간 지켜온 장자승계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을 다시 분할하자고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세 모녀는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이 남긴 2조원대 유산 가운데 5000억원대 재산을 상속받고, ㈜LG 지분은 대부분 구광모 회장이 받았다. 경영권을 물려받는 후계자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전통에 따른 것이었지만, 이 과정이 부당했다는 주장이다. 재계에서는 유독 자손이 많았던 LG그룹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장자승계의 원칙이 4세대를 거듭하며 삐걱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그룹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번 소송이 가족 간 싸움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그 전에 내부적으로 조정 혹은 합의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후계자 1명에게 지분 몰아줘 분란 방지
13일 재계에 따르면 LG는 구인회 창업주,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선대회장, 구광모 현 회장에 이르기까지 75년간 장자승계의 원칙을 고수해왔다.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 외 가족들은 소정의 비율로 개인 재산을 받는 것이 승계의 룰로 굳어졌다. 맏아들이 후계자를 도맡아 온 것은 엄격한 유교 가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LG 오너가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은 LG그룹을 홀로 쥐락펴락하는 개인이 아니라 가문을 대표해 4번째로 지주사 경영을 맡은 책임자"라고 귀띔했다.

1명의 후계자에게 지분을 몰아준 것은 구인회 창업주 시절부터 자손이 워낙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LG 가문은 다산의 전통으로 유명한데 아들이 유독 많다. 실제로 구씨 가문에는 '회'(會)자 돌림만 6명, '자'(滋)자 돌림은 23명에 달한다. '본'(本)자 돌림은 구인회 회장 직계로만 11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G 회장을 물려받는 후계자에게 지분을 몰아줘 혹시 모를 가족 간 분쟁을 방지해온 것으로 재계는 풀이한다.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이 2018년 구본무 선대회장 별세 후 5년이 지나서야 소송을 제기한 것도 엄격한 집안 분위기 때문으로 보인다. LG는 집안 어른들이 정한 기준을 자손들이 철저히 지키는 문화가 있는데, 수십년간 그룹에서 친족들의 지분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집안 어른이었던 구본무 선대회장에 이어 구자경 명예회장이 2019년 별세했고, 지난해에는 구자홍 LS그룹 명예회장도 작고하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세 모녀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배인구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소송 이유를 밝힐지 고민하고 있다"며 "의뢰인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LG家의 75년 인화정신 지켜질까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LG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41.7%다. 재계에서는 이번 소송에서 구 선대회장이 남긴 ㈜LG의 지분 11.28%가 재분배될 경우 가족 간 지분싸움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줄 경우,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의 지분 합이 현재 7%대에서 14.09%까지 급등하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의 지분은 현재 15.65%에서 9.7%로 확 쪼그라든다. 구광모 회장이 최대주주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세 모녀의 합이 구광모 회장을 압도하는 셈이다. LG 측이 지난 10일 입장문에서 "재산분할을 요구하며 LG 전통과 경영권 흔드는 건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LG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의 친인척 19명 중 확실한 구광모 회장의 편으로는 친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2.99%) 등이 있다. 작은 아버지 구본준 LX홀딩스 회장(2.04%)과 구본식 LT그룹 회장(4.39%)도 조카 쪽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4인의 지분 합은 19.12%다.

이들을 제외한 친인척 16명의 지분 합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4.38%로 김영식 여사 측일지, 구광모 회장 측인지 아직 알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족 간 싸움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그 전에 조정 혹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내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번 가족 간 소송으로 LG가 지켜온 인화정신, 체면경영이 깨진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LG는 1980년대 택배사업 진출을 계획했다가 당시 사돈인 한진그룹이 한진택배를 하고 있다는 이유로 구자경 회장이 사업 중단을 지시했던 바 있다. 구인회 회장 시절엔 삼성과 공동으로 시작한 방송사업이 두 회사 직원들의 알력 다툼으로 번지자 아예 삼성에 사업을 넘기기도 했다. 돈 욕심에 사돈의 사업을 탐한다는 세간의 지탄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게 재계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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