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증액 놓고 조합-시공사 갈등
보상급 미지급·날림공사 우려도
"화물연대 파업 및 공사비 상승 여파 올해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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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입주 지연 통보에 분양 계약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사 일정은 물론 자금 계획 등이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입주 지연에 따른 기업의 재무 안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입주가 지연되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전국에서 최소 20곳에 달한다. 경남 양산시 '양산 천년가 더힐'(민간 임대아파트)의 입주 예정자들은 얼마 전에 입주일을 올해 9월에서 12월로 3개월 늦춘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공사가 지체됐다는 게 그 이유다. 부산도시공사가 부산시청 및 서구 아미동 일대에 공급하는 행복주택의 입주 예정일도 오는 7월에서 각각 9월, 10월로 연기됐다.
입주를 시작했다가 중단된 단지도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오금동 '힐스테이트 라피아노 삼송 1·2단지'의 입주 예정일은 지난달 28일이었다. 하지만 공기를 맞추지 못한 데다 내부 공사에 미흡한 부분도 많아 일부 입주자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이들 단지는 추가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이달 말까지 모든 공정을 마치고 정상적으로 입주를 재개한다는 게 시공사 계획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이 16일 동안 진행됐지만, 실제 공정은 이 보다 평균 3배 이상 지연됐다고 봐야 한다"며 "돌관공사(장비와 인원을 집중 투입해 단기간에 끝내는 공사)에 나서 공기를 제때 맞추지 못한 현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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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입주 지연 사태가 빚으지면서 집들이 시점에 맞춰 이사 등 모든 일정을 계획했던 입주 예정자들로서는 졸지에 거리에 나앉게 됐다. 분양 계약자들 사이에선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공기를 줄이려는 과정에서 날림 공사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공사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공기 지연에 따른 지체보상금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중견건설사 임원은 "전국 대부분 현장이 공기를 제때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막대한 지체보상금에 소송전까지 휘말린다면 우발 부채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 및 공사비 상승 여파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아파트 입주 지연 사례가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그만큼 현장의 혼란도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