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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글로벌 영토확장②]정몽구의 뚝심·정의선의 감각…美서 열매 맺은 ‘품질경영’

[정의선의 글로벌 영토확장②]정몽구의 뚝심·정의선의 감각…美서 열매 맺은 ‘품질경영’

기사승인 2023. 03. 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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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대(1998년), 74만대(2009년), 142만대(2016년), 147만대(2022년)'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37년전인 1986년 미국 시장 첫 진출 후 잦은 고장으로 판매 부진을 겪던 현대차그룹이 작년과 재작년 2년 연속 현지 판매량 톱5에 오른 것에 대한 업계의 평가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해 판매량 10만대의 벽을 넘지 못했던 현대차그룹이 2010년대 들어 140만대 이상으로 판매고를 높이며 오늘날 미국 시장에서 승승장구 하게 된 바탕에는 정몽구 명예회장이 강조해온 '품질경영'이 있었다.

◇"품질은 자존심" 정몽구 지론, 미국 톱 5 부상 '원동력'
"고객을 만족시키는 최선의 해답은 품질이다."

아버지 정 명예회장이 입버릇처럼 강조해 온 품질경영이 아들 정의선 회장의 예리한 시장 감각과 시너지를 이루며 풍성한 열매를 맺고 있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한해 미국에서 147만4224대를 판매해 5위에 올랐다.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5위 자리를 수성한 것으로 4위인 스텔란티스(155만3485대)를 바짝 추격했다. 2020년 5위였던 혼다를 50만대가량 따돌린 점도 의미가 크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 1월과 2월 두 달 연속 미국 최다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4위 자리도 넘볼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현대차와 기아의 판매량은 지난 2월 12만2111대로 전년보다 16.2% 증가했다. 반면 경쟁사인 도요타, 혼다의 같은 기간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2% 줄었다.

현대차그룹이 오늘날 미국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1990년대 정 명예회장(당시 회장)이 걸었던 품질경영 드라이브의 결실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1986년 엑셀 수출로 호기롭게 미국 시장 문을 두드렸다. "차 한 대 값으로 엑셀 두 대를 살 수 있다"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지만, 잣은 고장으로 오히려 '싸구려 차'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1999년 회장에 오르자마자 미국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마주한 정 명예회장은 "품질은 자존심이자 기업 존재의 이유"라고 강조하며 품질 개선에 온 힘을 쏟았다. 미국의 저명한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 컨설팅을 시작으로 품질 강행군을 이어갔다. 품질 향상을 위해서라면 생산라인 중단은 물론 신차 출시일을 미루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후 품질에 자신감이 붙은 정 명예회장은 '10년, 10만 마일 워런티'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2년, 2만4000마일' 수준이었던 GM, 도요타의 5배에 달하는 수리 보증기간은 파격 그 자체였다.

현대차그룹,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현대자동차그룹의 2022년 10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세번째부터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조태용 주미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 연방 하원의원./제공=현대차그룹
◇"우즈 살린 차" 브랜드 이미지 확고
품질에 집중한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베팅에 앨라바마·조지아 공장 설립이라는 현지화 전략이 시너지를 이루며 현대차그룹의 브랜드 인지도는 꾸준히 상승했고,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진출 36년 만에 누적 판매 1500만대 돌파라는 기념비적 성과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끔찍한 사고에도 사람을 살리는 차'로 더욱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에서 '아반떼N'을 타고 가던 연인이 91m 협곡에서 추락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현대차의 안전성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제네시스 'GV80' 반파에도 다리만 다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일화는 이미 너무나 유명하다.

뛰어난 품질과 브랜드 마케팅으로 미국 톱5 자리를 굳힌 현대차그룹이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 EV6 등의 선전으로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 3위에 올랐다. 하지만 1·2위를 차지한 테슬라와 포드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 혜택에 더해 가격 할인에도 나서면서 전기차 시장 확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됐는데, 가격 할인 역시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장 선점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기차 초기 시장을 선점해야 장기적으로 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가 없다"며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연기관 판매 호조에 만족하면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이 내건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톱티어(시장 점유율 12%, 연간 323만대 판매) 달성을 위해서는 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함께 잡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전기차 톱티어가 되려면 중국 시장 확장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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