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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과 함께 한류의 진원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중국 내 한류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들의 21일 전언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별로인 연예인들이나 기업들이 이곳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케이스까지 존재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하지만 한국의 사드 배치에 분노한 중국이 비공식적으로 발동한 한한령은 일거에 한류를 수면 밑으로 가라앉게 만들었다. 이후 대박이라는 말도 완전히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중국이 한국 연예계와 게임업계에 손짓을 보내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우선 중국 내 연예, 방송계 분위기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대해 빗장을 푸는가 싶더니 최근에는 K팝에도 문호를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큰손으로 알려진 텅쉰(騰訊·텐센트) 산하의 텅쉰뮤직엔터테인먼트의 부사장급 고위 인사가 최근 방한한 사실에서 잘 알 수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가요 기획사와 빈번한 접촉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엔터테인먼트사인 스타시아의 추이중시(崔鍾錫) 사장은 "현재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스타들의 노래는 중국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텅쉰뮤직엔터테인먼트 고위 관계자의 방한은 한류의 문호가 열릴 때를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한한령 해제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읽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중국신문출판총서가 20일 한국산 게임들에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서비스 허가)'를 발급한 사실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한한령이 느슨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행보라고 해도 좋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3개월여 만에 다시 허가를 내준 것을 보면 확실히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중국 정부의 반한 입장, 전국을 뒤덮다시피 한 혐한 정서 등을 감안하면 섣부른 기대는 역시 금물이라고 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이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인정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해제 운운은 아예 말이 안 된다. 한마디로 희망고문이라는 말이 된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