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매트리스 깔고 골절 체크”···‘주취자 체크리스트’에 일선 “현실성 떨어져”

“매트리스 깔고 골절 체크”···‘주취자 체크리스트’에 일선 “현실성 떨어져”

기사승인 2023. 03. 24. 14:25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경찰청, 23일 시·도청 '주취자 조치 매뉴얼 초안' 공문
'골절·혈토·외상' 등 체크리스트에 '감당 어려워' 불만
경찰청 "의견 수렴 단계"
경찰청
경찰청 /아시아투데이DB


경찰이 주취자 현장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주취자 보호조치 메뉴얼(초안)' 내용을 놓고 일선 지구대·파출소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신고가 많은 현장 특성상 골절 여부 등 의료적 지식을 요하는 체크리스트 내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까다로워진 절차로 인해 책임을 현장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24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전날 경기남부경찰청 등 각 시·도청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을 통해 '주취자 보호조치 매뉴얼 초안' 검토 공문을 보냈다. 최근 주취자 사망 사고가 이어지면서 현장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공문 내용을 보면 지구대·파출소는 순찰팀장을 '주취자 전담관'으로 지정하고, 주취자 보호·감시, 귀가조치 등 보호조치 업무 전반을 관리하도록 했다.

또 CCTV 촬영 범위 또는 가시권 범위 내에서 주취자 상태를 수시로 확인해 근무일지에 상세히 기록하고, 낙상에 대비해 바닥에 매트리스 등을 깔아 놓고 안전사고를 미연해 방지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하지만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에선 주취자 보호조치 매뉴얼(초안 1·2유형)에서 주취자를 상대로 의식·안색·혈토·외상(호흡곤란·골절·마비)·단독보행·날씨 등 20개에 달하는 내용을 확인하기엔 현실성이 떨어지고, 주취자마다 이를 체크하기엔 현장 여력이 부족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경위는 "코로나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주취자가 많아지고 있는데, 매번 주취자를 상대로 수많은 항목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기엔 현실성이 없다"며 "주취뿐만 아니라 여러 신고가 접수되는 현장 특성상 업무 강도가 강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경기남부의 한 파출소 소속 경사도 "소방 구급특채를 뽑아 현장에 두지 않는 한 이렇게 정밀한 대응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보호조치 취지는 동의하지만 팀장 이하급 직원들만 힘들어질 게 뻔하다"고 언급했다.

보호조치 중인 주취자가 의도치 않게 다치거나 이후 문제 발생 시 지구대·파출소 책임 소재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매뉴얼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경찰관들이 모인 한 커뮤니티에는 "체크리스트에 확인할 내용도 많고 이게 말이 되냐", "지구대 안이 좁은데 매트리스를 어디에 깔아야 하냐", "이 정도 체크할 정도면 병원에 보내야지" 등의 반응이 나왔다.

지난 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주취자 보호·관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청이 파악한 주취자 관련 신고건수는 2020년 90만 250건, 2021년 79만 1905건, 2022년 97만 6392건이다. 지난해 기준 일 평균 2675건의 주취자 관련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이다.

이같이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로 주취자 관련 신고 수치가 늘면서 현재 지구대·파출소마다 주취자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선 경찰들의 이 같은 우려에 경찰청 관계자는 "체크리스트는 초안이며 현장 의견을 듣는 단계"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확정된 사항은 아직까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30일까지 주취자 보호조치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며 이후 필요에 따라 각 기능에서 매뉴얼 강화 등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