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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미·중의 반도체 전쟁과 우리의 입지

[이효성 칼럼] 미·중의 반도체 전쟁과 우리의 입지

기사승인 2023. 03. 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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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과거의 반도체는 단순한 경제적 재화였다. 그러나 오늘날 반도체는 그 범용성으로 인하여 거의 모든 제품과 제4차 산업혁명의 필수품이 되었다. 이와 함께 각종 무기와 안보 체제 구축에도 반도체는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오늘날 반도체는 경제적 재화로서만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에도 핵심적인 가치를 갖는 재화가 된 것이다. 그 결과 기술 패권을 축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의 중심을 반도체 기술이 차지하고 있다. 결국 미중의 패권 경쟁은 반도체 기술 경쟁에 그 사활과 승패가 걸려 있는 셈이다.


미국은 반도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점, '칩스 법'으로도 불리는 반도체 지원법을 만들어 미국에 생산 시설을 건설한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을 주는 점, 반도체 설계 부문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점 등을 활용하여 반도체 관련 기술과 제품을 생산하는 우방국들로 하여금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 장비, 제품이 중국에 이전되거나 팔리는 것을 막고 있다. 특히, 반도체 기술의 선두주자인 한국의 삼성과 대만의 TSMC 등의 중국 투자를 노골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TSMC의 장중머우 창업자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 견제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국도 동맹인 미국의 요청에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그 때문에 더 이상 서방의 반도체 기술이나 반도체 제품에 의존할 수 없게 된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고 첨단 반도체 제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위해 2014년부터 60조원이 넘는 펀드를 조성하여 자국의 전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왔으나 부정부패 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지원 정책이 반도체 기업으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고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만 엄선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예컨대,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YMTC, 그리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SMIC, 화웨이, 화훙반도체 등이다. 이들 유망한 상위 반도체 기업들만이 정부의 시설 투자 보조금과 연구개발 지원금을 더 쉽게 받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미중의 패권 경쟁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기에 반도체 제조 강국인 한국의 처지가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의 신세로 비유되기도 한다.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삼성과 하이닉스는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면서 많은 수익을 올려왔다. 그러나 미국의 종용에 의해 앞으로는 중국에 반도체 신규 투자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공장도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지원금을 미끼로 이들로 하여금 높은 인건비, 건설비, 복지비 등으로 반도체 생산 여건이 좋지 못한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하도록 해놓고 각종 규제로 반도체 생산 기술을 반강제로 내놓게 하려 한다. 어영부영하다가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위태로운 상황에 빠져들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 한국 정부와 삼성은 한국에 반도체 성채를 쌓아 고래 싸움에 대비하기로 마음먹은 듯하다. 3월 15일 정부는 용인을 국가 첨단 산업 단지로 조성하고, 지방에도 14개 국가 산업단지를 지정해 반도체, 미래차, 우주 등 첨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국가 첨단 산업 단지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첫 국가 산업 단지 후보지 지정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300조원에 달하는 삼성의 투자를 바탕으로 용인, 기흥, 화성, 평택, 이천을 연결해 세계적인 반도체 산업 단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모처럼 여야가 호응하여 한국판 반도체 지원법(반도체 투자 세액 공제, 인허가 간소화, 고급 인력 양성 등)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

우리 자신은 물론 우리 후대를 위해 한국 정부, 국회, 업계는 혼연일체가 되어 산업과 안보의 쌀인 반도체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미중의 반도체 전쟁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에 세계 최고최대의 반도체 산업 단지를 만들고 키워서 한국을 반도체 산업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적어도 반도체에서는 우리 자신이 고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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