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입찰사 조정 요청에 "응찰 전 확인해야"…계약 깨지자 제재 처분
法 "군수사 3년 전 기준으로 예정가격 공고…협력 조치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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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신명희)는 전자기기 제조업체 A사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부정당업자제재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서 해군 군수사는 2020년 4월 해군함정 부속품 납품 구매 입찰공고를 냈다. 당시 예정 가격은 4500여만원이었다. 입찰에 참가한 A사는 약 3900만원으로 최종 낙찰돼 군수사와 계약을 맺었다.
이후 A사는 납품 준비 과정에서 제조사로 기재된 B사에 연락해 각 물품의 견적을 요청했지만, B사가 내놓은 견적 금액은 6160만원이었다. A사는 군수사에 견적 물품의 상세 사양, 계약금액 조정 등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군수사는 "A사가 응찰 전 물품 금액 등을 확인했어야 했다"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계약은 2020년 11월 깨졌고, 이듬해 4월 군수사는 "A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6개월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했다. 이에 불복한 A사는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군수사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군수사는 입찰 공고일로부터 약 3년 전인 2017년에 B사로부터 받은 견적 금액만을 고려해 예정 가격을 정했다"며 "충실한 검토를 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시 입찰에 참여한 다른 회사들도 모두 3900~4000만원 사이에 투찰한 점을 들며 "군수사가 애초 잘못된 예산액을 공시했다"고도 밝혔다.
또 "납품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황에서 군수사는 적어도 A사에 계약 이행을 위한 협력 조치를 해야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모든 책임을 A사 탓으로 돌리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A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해도, 제재 수위를 낮출 충분한 사유가 있다"며 "군수사는 제재의 상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