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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성일 “‘더 글로리’로 인기 실감, 해왔던 대로 하고 싶어요”

[인터뷰] 정성일 “‘더 글로리’로 인기 실감, 해왔던 대로 하고 싶어요”

기사승인 2023. 03. 2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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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정성일/제공=넷플릭스
"외부적인 변화는 많이 생겼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지금 해왔던 속도대로 잘 갔으면 좋겠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10일 공개된 '더 글로리' 파트2는 공개 후 단 3일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다. 정성일은 극중 학교 폭력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의 남편인 하도영 역을 맡았다.

정성일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과정은 '더 글로리'를 촬영하기 1년 전쯤 소속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받았다. 당시에는 '김은숙 작가님 작품에 출연하게 될 것 같다'고까지 만 이야기를 들었을 뿐 어떤 역할인지 알 수 없었다. 1년 정도 지난 후 대본이 나왔고 리딩 현장에 갔지만, 뭔가 잘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제가 뭐라고 작가님이 저를 찾으셨는지 사실 이해가 잘 안됐죠. 나중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비밀의 숲'의 제 모습을 보고 저를 찾으신 거라고 해서 어안이 벙벙했어요. 제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연진이에 대해 과할 정도로 애정을 표현했던 하도영을 떠올렸죠. 근데 작가님은 조금 더 차분하고 정적으로 표현해 주면 될 것 같다고 해주셔서 그렇게 방향을 잡았던 것 같아요."

박연진의 친구이자 문동은을 괴롭히는 가해자 중 한명인 최혜정(차주영)은 하도영을 '나이스한 개XX'라고 표현했다. 누가 봐도 완벽하고, 멋있고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지만 어딘가 삐딱해보이기 때문이다.

"'나이스한 멍뭉이'라는 워딩 자체가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해 그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돌고 돌아 헤매다가 결국 답은 작가님이 쓴 대본에 있었죠. 기사에게 와인을 주는 장면이 가장 명확하게 하도영을 표현하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는 사람을 하대하는 게 몸에 밴 인물이에요. 사람을 무시하려는 의도를 갖고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과정에서 배우고 남 위에서 지시하는게 익숙하죠. 보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어떻게 보면 나이스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무시하는 '개XX'로 볼 수 있지만 그 밸런스를 가장 명확하게 맞춘게 와인장면인 것 같아요."

정성일
정성일/제공=넷플릭스
정성일
정성일/제공=넷플릭스
탄탄대로 살아온 하도영에게 아내 박연진의 과거 일들은 걸림돌이 됐다. 하도영은 가정을 지키고자 몇 번이나 기회를 주지만 박연진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다. 이런 과정에서 하도영은 분노하고 충격에 빠지는 등 다양한 감정에 휘말리지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피해자 문동은(송혜교)을 향한 미묘한 감정은 표현해야 했다. "하도영이 문동은을 향한 마음을 호기심이었던 것 같아요. 대본에 나와 있었죠.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기다려졌다가 이기고 싶었는데 허둥거려지고…'. 개인적으로 생각해봤는데 정성일 기준에서 그렇게까지 느꼈다면 사랑이었죠."

송혜교와 촬영하기 전 가장 걱정이 됐던 촬영은 처음 만나는 장면이었다. "내가 문동은이라는 사람에게 동할 수 있는 이유를 찾는게 가장 어려웠죠. 흔들릴 정도의 뭔가가 있어야 할 텐데 과연 그게 뭘까 싶었는데 동은을 현장에서 마주하는 순간 모든 고민이 풀렸어요. 송혜교 덕분에 고민됐던 부분들이 다 해결됐고 그 이후부터는 감정이 계속 이어질 수 있었죠. 연기를 하다 보면 실 같은게 연결이 된 듯 서로의 감정이 전달될 때가 있어요. 기원 신이 그랬어요. 송혜교가 제게 주는 알 수 없는 아우라가 느껴졌고 제가 뭘 원하는지 딱 아는 느낌이었어요. 정말 단단한 배우예요. 현장에서는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이지만요."
정성일
정성일/제공=넷플릭스
아내로 호흡을 맞춘 임지연과는 "더할 나위 없었다"면서 "연기를 너무 잘해서 대사만 주고 받아도 짜증이 났다. 사람 속을 잘 뒤집어놓는 것에 특화된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평소에는 엄청 선머슴 같고 농담도 잘하고 까불기도 잘해요. 근데 연기할 때 표정을 보고 연기를 하면 너무 뻔뻔해요. 하도영으로는 화를 못 내니 '컷' 하면 욕을 했죠. 연진이는 그렇게 뻔뻔한게 너무 좋았죠. '판도라 상자'의 이야기하는 장면에서는 너무 화가 나서 죽는 줄 알았어요. '자기가 실망했다'고 말하는데,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한다고?' 싶더라고요."

2002년 영화 'H'로 데뷔한 그는 드라마 '비밀의 숲2' '우리들의 블루스'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기까지 연극 무대를 오가며 내공을 다졌다. '더 글로리' 이후 전성기를 맞이해 인기를 실감하고 있지만 덤덤했다.

"외부적인 변화는 정말 많이 생겼지만 제가 그렇다고 들뜰 나이는 아니에요. 저는 무대를 너무 좋아해요. 너무 서두르지 않고 소모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다행히 소속사와도 마음이 잘 맞아서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지금 해왔던 속도대로 잘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하는 것에 있어서 선택의 영역과 방향성이 많아졌어요. 배우로서 일하는 것에 있어서 큰 감사함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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