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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집단급식소 영양사 ‘직무 미수행’ 처벌 현행법, 위헌”

헌재 “집단급식소 영양사 ‘직무 미수행’ 처벌 현행법, 위헌”

기사승인 2023. 03. 27.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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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위생법, 영양사 직무 규정…미수행시 징역·벌금형
헌재 위헌 판단…처벌규정 광범위·과잉금지 이유
"급식소 이용자 보호 위해 규정 필요" 반대의견도
헌법재판소 전경
헌법재판소 /임상혁 기자
집단급식소에 근무하는 영양사의 직무를 규정하고, 해당 직무를 수행하지 않을 시 처벌하는 현행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헌재)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유치원 원장 A씨가 식품위생법 제52조 제2항 및 제96조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B씨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A씨가 운영하는 유치원에 영양사로 근무하면서 식품위생법이 정하는 영양사 직무를 수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식품위생법은 집단급식소에서 근무하는 영양사가 △식단 작성 △검식 및 배식관리 △구매식품 관리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수행하지 않을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처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당시 B씨는 매월 1회 정도만 유치원에 방문해 급식 관련 장부 등을 점검했을 뿐 검식 및 배식관리, 구매식품 검수·관리 등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양벌규정에 따라 B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고, 2019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 받았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식품위생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다수의 헌재 재판관들은 식품위생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지만, 이유는 각각 달랐다. 이석태·이종석·이영진·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해당 조항은 영양사의 직무를 포괄적으로 규정한다"며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을 위반한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영양사가 집단급식소에 전혀 출근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직무를 수행하지 않았음이 분명하지만, 광범위한 업무 중 일부를 누락하거나 소홀히 한 경우도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법취지 등을 참조해도 처벌범위 관련 지침을 얻기 어려워 구체적인 기준을 도출해낼 수 없고, 법원의 확립된 판례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심판대상 조항은 영양사가 직무 미수행시 처벌한다는 의미만을 전달할 뿐, 판단기준에 관해 구체적 지침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남석·이선애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헌법상 '명확성원칙'이 아니라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우선 처벌조항의 내용이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면서 "처벌조항으로 인해 달성되는 공익이 적다고 볼 수는 없으나, 그로 인해 영양사는 죄의 경중 등에 상관없이 처벌 받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은애·이미선 재판관은 "집단급식소 이용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영양사의 직무 위반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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