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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주권’ 현실화…31개 질환 타킷 범용 항바이러스제 탄생 성큼

‘제약주권’ 현실화…31개 질환 타킷 범용 항바이러스제 탄생 성큼

기사승인 2023. 04. 1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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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바이오 코로나치료제 CP-COV03 임상2상 안전성·효능 확인
일본 시오노기제약·일동제약 개발 '조코바' 비교우위 임상데이터 확보
조코바 미국 지원받아 글로벌 3상·국산 범용 항바이러스제 지원 언제쯤
[보도자료 이미지] 코로나19 참고 이미지
코로나19 이미지 /자료=서울대병원
코로나 외에도 31개 바이러스의 치료가 가능한, 국산 범용 항바이러스제 탄생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대바이오사이언스(현대바이오)의 코로나19 치료제 'CP-COV03'의 임상2상 결과, 안전성과 증상개선 효과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일본 시노오기제약과 일동제약이 개발중인 조코바의 치료 가능 증상과 약효 지속시간을 뛰어넘는 성적표를 공식적으로 확인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20년 기준 코로나19 치료제의 세계 시장 규모는 38조원 수준으로, 31개 질환에 모두 적용된다면 시장성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치솟는다. 팍스로비드와 대체제 라게브리오가 2022년 각각 25조원, 7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고려하면 국산 범용 항바이러스제 탄생은 제약주권 확립은 물론 엄청난 경제적 가치 창출에 일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바이오는 임상2상 참여환자를 3상 수준인 300명으로 하는 등 정부가 2021년 3월 도입한 긴급사용승인제도에 맞춰 임상을 설계·진행했다. 이번 임상 결과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 효과이지만, CP-COV03의 주성분 니클로사마이드는 코로나 외에 31개 바이러스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세계 최초 범용 항바이러스제 탄생 가능성을 확인시킨 임상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현대바이오 측이 공개한 2차 유효성평가 결과에 따르면 증상개선 1차 유효성 평가에서 12개 증상 개선 시간을 위약군 대비 4일 단축시켰다. 고위험군 증상개선은 위약군 대비 6일(5.75일) 단축됐다. CP-COV03 투약 약 16시간 만에 위약 대조군 대비 바이럴로드가 14배 감소했다. 이는 통상적인 항바이러스제 개발 방식으로 만들어진 기존 코로나19 치료제에서 볼 수 없는 CP-COV03의 항바이러스 효과로, 후보약물인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의 용도를 항바이러스제로 바꾸는데 성공하면서 가능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치료제 선발주자들이 놓친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처음부터 바이러스 변이에 관계없이 효능을 발휘하는 약물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면서 "원천기술인 전달체 활용으로 현존 약물의 용도를 바꾸는 약물재창출을 택했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제1호 코로나 치료제였던 렘데시비르도 약물재창출로 개발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했다. 현대바이오는 니클로사마이드의 약물재창출을 수십년 간 가로막았던 생체이용률 난제를 전달체 기술로 해결하면서 CP-COV03 개발에 성공했다.

CP-COV03는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입하면 그 세포의 오토파지(자가포식)를 활성화해 세포 스스로 바이러스를 제거하도록 하는 메커니즘을 지녔다. 회사 관계자는 "바이러스의 세포내 복제를 억제하는 기존 항바이러스제의 메커니즘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메커니즘상 바이러스의 종류와 변이에 관계없이 제거하는 범용 약물"이라고 말했다.

현대바이오 CP-COV03 임상 결과는, 일본 시노오기제약과 일동제약이 개발중인 조코바와 비교된다. 현대바이오 측에 따르면 조코바 증상평가 기준을 CP-COV03 임상 결과에 적용했을 때 CP-COV03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개선소요시간 중앙값이 3.5일로, 조코바의 7일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시켰다.

CP-COV03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권고 기준인 12가지 증상을 대상으로 한 1차 유효성 평가지표를 세계 최초로 충족했다는 점에서도 차별화된다. 화이자와 시오노기 모두 임상2상에서 지표 충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CP-COV03는 12개 증상의 종합적 개선에 걸리는 기간을 4일 단축했다. 반면 조코바는 불과 5가지 증상개선 소요 기간을 단 1일 단축하는데 그쳤다.

일각에서는 CP-COV03와 조코바의 증상개선 소요 기간 평가 방식이 다른 점을 감안할 때 실제 단축 기간 차이는 훨씬 더 클 수 있어 단순 비교는 불가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CP-COV03는 투약 후 증상 개선이 48시간 동안 유지된 시각을 평가 기점으로 해서 소요 기간을 산출했지만 조코바는 증상 개선이 24시간 유지된 시점이 기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CP-COV03의 또 다른 잠재력은 범용성에 있다. 주성분 니클로사마이드는 코로나19를 비롯해 현재까지 31종의 바이러스에 항바이러스 효능은 세계 연구기관들의 세포효능시험 결과에서 확인됐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롱코비드,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등을 대상으로 CP-COV03의 연구자임상이 잇따르고 있다. 연구자임상은 의사 등 연구자들이 순수 연구 목적으로 주도하는 임상으로, 제약사들이 자사 신약물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주도하는 의뢰자임상과 구분된다.

범용 항바이러스제 필요성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연구자임상을 신청한 우흥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주임교수는 지난 13일 열린 '2023 대한항균요법학회·대한감염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CP-COV03 임상2상 결과와 안정성·유효성을 발표했다. 우 교수는 "임상 데이터를 통해 16시간 내에 대조군 대비 바이럴로드가 급격하게 감소한 만큼 코로나19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 것으로 판단된다"며 "광범위 항바이러스 약물작용 기전이 있는 것까지 고려하면 변이 바이러스 치료 역시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이 확인된 조코바와 달리 CP-COV03는 안전성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주성분 니클로사마이드는 구충제로, 오랜 세월 안정적으로 상용되고 있다. 현대바이오의 임상 1상과 2상에서도 유의미한 부작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CP-COV03는 저위험군은 물론 고위험군까지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라는 점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CP-COV03와 조코바를 대하는 한국과 일본정부의 온도차는 극명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조코바의 경우 효능·부작용 등의 논란에도 불구, 지난 2022년 11월 일본정부로부터 긴급승인을 받는데 성공했다. '일본산 치료제' 보유 필요성이 긴급 승인을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조코바는 현재 미국국립보건원(NIH)의 자금 지원으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반면 제약주권 필요성에도 불구, 우리정부의 지원은 아직 선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상 결과라는 확실한 수치를 가지고 약의 유효성을 입증했다면 정부차원의 지원을 통해 국산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면서 "말로만 제약주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외국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지난 3월29일 취임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도 제약주권 확보 위한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강화를 강조했다. 노 회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 앞에 제시된 정부의 핵심 전략과 정책들이 민관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정부의 전폭적이고 강력한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기조에 산업계의 기대감은 그 어느때 보다 높다"고 말했다.

CP-COV03의 범용 항바이러스제 가능성을 입증한 현대바이오는 임상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임상 3상과 롱코비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막대한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여정이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능성을 확인한 신약에 대해 정부차원의 지원이 얼마나 시의적절하게 이뤄지는 볼 수 있는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고위험군의 중증 전환 최소화를 위해서는 조기 투약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부작용이 적고 병용 금기 약물이 없는 약물이 필요한 상황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CP-COV03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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