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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장애인③] “월급 절반 치료비로…” 고비용 재활·돌봄에 짓눌린 가족

[그림자 장애인③] “월급 절반 치료비로…” 고비용 재활·돌봄에 짓눌린 가족

기사승인 2023. 05.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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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 약 657만원…비장애인 4배 이상
학령기 장애인 치료바우처 1인당 25만원…장애인 연금 40만원 최대치
"발달장애 재활 치료만 30분당 7만원…평생 경제적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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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발달장애 자녀를 둔 서은석씨(47·여)는 아들이 만 4살 때 발달 지연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는 이후 16년 동안 인지, 감각통합, 언어, 심리치료 (미술·음악·특수체육) 등 아들의 장애 극복을 위한 치료에 힘을 쏟았다.

2006년 당시는 정부가 지원하는 '치료 바우처'마저 없던 시절이라 모든 치료비는 사비로 부담해야 했다. 고정 치료비만 매달 최소 100만원. 남편이 받아온 월급의 반을 치료비로 썼다는 서씨는 "발달장애 치료에는 완치라는 개념이 없으니 돈을 부어도 부어도 끝이 없다"며 "치료라도 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다녔다"고 말했다.

평생 장애인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장애인 가구의 치료비는 일반인과 비교하면 평균 최대 4배 이상 많다. 질병 치료와, 재활 그리고 돌봄이 뒤따라 다니는 장애인에게 금전적 지원은 그만큼 필수적인 생존 요소다.

2일 아시아투데이가 분석한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의 2023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 콘퍼런스 자료집에 따르면 2020년 장애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657만4000원으로 비장애인 연평균 진료비인 159만6000원보다 월등히 높다. 국민 전체 평균인 196만1000원보다도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장애인 연평균 진료비는 2017년 537만5000원, 2018년 585만6000원, 2019년 632만4000원, 2020년 657만4000원으로 계속 늘었다. 2020년 전 국민 총진료비 95조8000억원 중 장애인 진료비는 16조7000억으로 17.4%를 차지했다. 전체 인구 중 장애인 비율은 5.1%인데 진료비는 17.4%에 달하는 것이다.

비영리 장애인 치료 지원단체인 푸르메재단 측은 "장애 치료를 일반적 치료와 비교하면 치료 기간이 길어서 어쩔 수 없는 비용 구조"라고 진단했다.

장애인 가족이 감당해야 할 의료비 부담에 비해 치료 지원비와 장애인 연금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장애인 치료(재활)바우처는 1인당 25만원 수준이며, 2023년 기준 장애인 연금은 최대 40만원 수준이다.

서씨는 "학령기 장애 아동에게는 치료바우처를 지원해 주는데 가계 소득에 따라 지원 금액이 다르다. 아들은 한 달에 20만~22만원을 받았다"며 "하지만 치료센터에서 받는 감각통합 치료비는 30분에 5~7만원이고, 훨씬 비싼 곳도 많다. 이 정도 지원금으로는 제대로 된 치료가 힘들다"고 털어놨다.

이마저도 장애 아동이 성인이 되는 순간 끊긴다. 서씨는 현재 사비를 들여 아들의 사회서비스 훈련을 시키고 있다. 그는 "아들이 혼자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적응 훈련을 시키고 있다. 집에서 교육하는 건 한계가 있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교육 중"이라고 말했다.

성인 중증장애인 중 본인과 배우자의 소득과 재산을 합산한 금액이 선정 기준액 이하인 경우 장애인 연금을 지급받는다. 그마저도 최대 40만원이다. 뇌병변 및 지적 장애(중복장애)가 있는 딸을 부양하는 강복순씨(55)는 "딸 이름으로 매달 37만원 상당 장애인 연금을 받고 있는데, 부양자나 가족은 일절 사용할 수 없고 본인만 사용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도 장애인 가족에겐 큰 부담이다. 서씨는 "아들이 정신과 치료도 병행하고 있어 약 처방을 꾸준히 받는데, 의료 보험이 적용되는 약이 있고 안 되는 약이 있어 가격 편차가 크다"며 "인지, 언어 치료도 보험 처리가 되지 않는다. 언어 치료 1회에 4만원 정도인데, 치료 과정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누적되다 보니 점점 치료를 이어가기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돈이 있어도 입소문을 탄 병원 진료를 보려면 몇 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2살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는 심모씨(37)는 "대학병원으로 재활을 다니는데, 5월이면 치료가 끝난다. 6개월 동안 장기 치료를 더 다니려고 문의를 했더니 대기를 5개월 이상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도 "뇌병변 장애가 있는 딸은 주기적으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재활 치료를 해주는 병원이 많지 않아 매일 받을 수가 없다"며 "유명한 병원은 대기가 이미 몇 년씩 걸려있는 곳도 있다. 그래서 사설 치료실로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시설 부족 현상에 전문가들은 장애 유형별로 구체적인 시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의료 측면에서 장애 전담 병원 등을 신설하거나 장애 유형별로 구체적 서비스를 제공해 복지를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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