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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운전자보험 판매 경쟁과 그 부작용

[칼럼]운전자보험 판매 경쟁과 그 부작용

기사승인 2023. 05. 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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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영 변호사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
운전자보험은 교통사고를 일으켜 형사처벌을 받게 된 경우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과정에 필요한 형사합의금, 변호인 선임을 위해 필요한 변호사선임비, 사건 처리 결과에 따라 벌금을 납부해야 하는 경우 그 벌금액 등을 보상하는 보험이다.

운전자보험은 운전자들의 필수보험으로 인식되면서 몇 전부터 수요가 많이 늘어났다. 그러자 곧 보험사들 사이에 판매경쟁이 시작되었고, 보험사들은 서로 앞다퉈 보장금액을 확대해가면서 상품판매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덕분에 과거 10년 정도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 3000만 원으로 유지되고 있던 형사합의금담보(교통사고처리지원금 담보) 금액이 2018년 하반기 부터 5000만 원으로 늘어났고, 그 이후 계속 늘어나 현재는 최고 2억 원까지 지급되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과거 오랫동안 운전자 보험의 형사합의금이 3000만 원으로 유지되었던 것은, 형사재판에서 교통사고와 같이 과실로 타인을 사망하게 한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수수되는 통상의 합의금이 3000만 원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운전자 보험의 합의금 담보가 커진 이후로는 3000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는 사망사건에 대한 합의를 보기가 어려워진 상태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합의금담보와 관련된 범죄도 발생했다. 얼마 전 크게 이슈가 되었던 사건으로, 보험사 관련자들이 서로 짜고 교통사고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공소장, 합의서 등을 위조해 제출하고 고액의 형사합의금 보험금을 받아간 것이다.
보험사들은 변호사 선임비 담보에 대해서도 경쟁적으로 보장금액을 확대해 가며 판매에 열을 올렸다. 과거 500만원 정도였던 변호사 선임비 담보가 현재는 7000만원까지 지급하는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잠시 동안 1억 원까지 변호사 선임비를 지급하는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변호사 선임비용 담보는 실제 발생한 비용 즉, 경찰조사나 재판을 받게 된 교통사고 가해자가 변호사에게 실제로 지급한 돈 만큼만 보상한다. 또 변호사 선임비용 담보는 합의서에 문구를 잘 기재하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먼저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보험사가 직접 피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합의금 담보와 달리 변호사와 선임계약서를 작성하더라도 먼저 가해자가 변호사에게 선임비를 지급하고, 그에 맞는 증빙자료(선임계약서, 세금계산서 등)를 보험사에 제출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사건에서 1, 2심 재판을 모두 의뢰한다고 하더라도 7000만 원의 선임비를 지급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을 것이다. 10~20년 뒤에 물가가 오를 것을 감안해 이 정도 액수를 담보하는 상품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과거 변호사 선임비의 변동 추이를 생각하면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보험사는 '변호사 선임비 5000만 원까지 보장, 7000만 원까지 보장'과 같은 문구로 가입 고객을 유인하고 있지만, 허울 좋은 미끼 상품에 불과하다. 오히려 보장금액을 크게 설정하면 그에 따른 보험료만 더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고객들은 가입할 필요성이 없는 상품에 비싼 돈을 내고 가입한 격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사들의 운전자보험 판매경쟁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형사합의금과 변호사 선임비 특약을 적정히 설정하라고 요구했다.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나타나기 전에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보험가입자들도 현실성 있는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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