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명분과 실리 사이 : 유럽의 대중(對中) 정책 딜레마와 한국의 선택

[칼럼] 명분과 실리 사이 : 유럽의 대중(對中) 정책 딜레마와 한국의 선택

기사승인 2023. 05. 11. 18: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노인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노인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노인규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유럽의 정상급 인사들이 앞다퉈 중국을 찾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는 물론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 향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비롯해 유럽 정치 엘리트들이 시진핑 주석을 만날 예정이어서 중국은 유럽의 중요한 협력대상임이 분명하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글로벌 안보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유럽의 대중 정책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전후 불거진 '디커플링(공급망 탈동조화)' 및 대만 관련 논란은 중국이 대서양 동맹의 갈등 요인임을 시사한다. 미국은 중국 견제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지만, 유럽은 중국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면서 대서양 동맹의 단일대오가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역시 중국을 '체제적 경쟁자'로 보고 있지만, 몇 가지 측면에서 미국의 인식과 결이 다르다.

먼저, 경제적 측면에서 유럽은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과의 디커플링에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것은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대신 유럽 내 중국 기업의 5G 진출 제한, 틱톡 사용 금지 확대 등 위험부담을 줄이는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보적 측면에서 유럽은 대만 문제에 있어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반대하고, 항행의 자유를 지지하는 점은 미국과 동일하다. 하지만 중국을 군사적 위협으로 특정하지 않는 등 유럽의 대중 위협 인식과 대응은 미국과 '온도차'가 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미래가 아니다'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동맹의 연루'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유럽이 국제사회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는 독자 세력으로 남길 바란다.

문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 지역에서 미국의 역할이 커진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유럽 개별 국가들의 인식차는 유럽의 분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유럽의 독자 행보 필요성을 강조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하나의 유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만 부각했다. 지난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될 때 내부 분열과 혼선이 거듭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유럽이 중국과 같은 체제적 경쟁자의 이익에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향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및 미·중 전략경쟁 심화에 따라 중국에 대한 유럽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유럽의 대중 정책 논란은 민주주의 가치연대와 권위주의 블록 간 진영 대결 속에서 모두를 포괄하는 균형 외교가 녹록지 않음을 의미한다. 한국은 구조적으로 지정학적 도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동맹으로서 미국의 가치와 시장으로서 중국의 의미가 한반도를 둘러싸고 크게 충돌한다. 한국 정부는 동맹 및 가치연대 강화 등 전략적 명확성을 선택했다.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안보 현안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과 압박이 커지는 상황은 구조적인 지정학적 도전이다. 여기에 북핵·미사일 위협 고도화도 우리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전략적 명확성에 비례해 명분과 실리의 가치 대결 또한 필연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혁신과 자강, 동맹과 연대의 발전이 더욱 절실해진 상황이다. 워싱턴 선언에서 확인된 확장억제 및 동맹보장을 바탕으로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해 압도적 대북 억제능력을 확립해야 한다. 일본과 유럽 등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들과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또 중국 및 러시아와의 전략적 소통 채널도 유지해야 한다. 엄중한 안보환경 속에서 한국의 국익을 최적화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