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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대착오적 ‘욱일기’ 논란

[칼럼] 시대착오적 ‘욱일기’ 논란

기사승인 2023. 06. 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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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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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방대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5월 30일부터 6월 2일까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고위급 회의가 제주도에서 개최되고 있다. 창설 20주년을 맞아 70여 개국 대표가 참가하는 가운데 PSI의 의미와 향후 과제를 검토하는 국제회의가 우리 주도로 개최되게 된 것은 뜻깊은 일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라 한미동맹 차원의 억제태세 강화와 더불어 이번 회의에서 그 국제적인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과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PSI 국제회의의 일환으로 같은 시기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싱가폴 등이 참가하는 다국간 해양차단훈련 '이스턴 엔데버 23'도 제주도 인근 공해에서 진행됐다. 이 훈련에 참가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자위함기'를 게양하고 부산 등지에 기항하는 것에 대해 국내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제국주의 시대의 상징인 '욱일기'를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2018년 10월 제주도에서 우리 해군이 주최한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자위함기를 게양하고 참가하는 것에 대해 당시 문재인 정부가 '욱일기' 게양을 허용할 수 없다고 해, 결국 일본의 국제관함식 참가가 무산된 것과 같은 논리가 재연되고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자위함기'를 게양하고 한국 주도의 해양훈련이나 관함식에 참가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논리는 여러 측면에서 시대착오적이고, 오류가 많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이 논리는 국제안보협력과 관련한 국제관례를 도외시하고 있다. 각국 해군은 평시 상호 간의 신뢰구축과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관함식을 주최하거나 연합해양훈련을 실시하고 있고, 이 경우 국기와 더불어 해군기를 함정의 선미와 선수에 게양한다. 일본 해상자위대도 국기인 일장기와 해상자위대기인 '자위함기'를 달고 각종 해양훈련이나 친선행사에 참가한다.

김대중 정부 시기였던 1998년과 이명박 정부 시기였던 2008년, 우리 해군이 주최한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들이 일장기와 더불어 자위함기를 게양한 채 방문했고, 국제관례에 따라 당시 우리 정부도 어떠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2010년과 2012년, 우리가 주최한 PSI 훈련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참가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외에도 2007년 6월 부산항, 2007년 9월 인천항, 2017년 10월 평택항 등에 일본 함정들이 자위함기를 게양하고 입항한 사례들이 있다. 요컨대 진보나 보수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는 국제관례를 적용해 자위함기를 게양한 일본 함정들의 기항을 허용해온 것이다.

미국이 하와이에서 격년제로 개최하는 림팩 훈련에 일본 해상자위대가 매번 참가하고 있지만, 일본과 태평양전쟁을 치뤘던 미국도 '자위함기'에 대해서는 전혀 문제삼고 있지 않다. 중국도 2019년 칭다오에서 개최한 국제관함식에 해상자위대 함정을 초청하면서 '자위함기'에 대해 국제관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2018년 제주 국제관함식 당시와 마찬가지로 현재 시점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의 '자위함기'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국제관례에 어긋날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더군다나 북한이 핵·미사일 전력을 고도화하고, 공세적인 핵전략을 공공연하게 표명하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한·미간에 확장억제 태세를 강화함과 동시에,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와의 안보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난 해에 발표한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이 지역의 여러 국가들과 해양안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의 안보협력 방침을 천명하고, 특히 지난 몇 년간 악화된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면서 양국 정상 간의 셔틀외교가 복원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의 안보전략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국가안보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PSI 회의 주최를 통해 여러 우방국가들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에 대한 협력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그 일환으로 동맹국 미국을 위시해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이 국제관례에 따라 연합해양훈련을 실시하고 안보협력을 공고히 하는 것은 오히려 환영해야 할 것이다. 시대착오적 '욱일기' 논란은 국제안보협력을 주도하는 한국의 노력에 흠집만을 남기게 할 것이고, 우리의 국익을 저해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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