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달밤(1961 194×145.5cm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수화 김환기(1913~1974)는 예술이념과 추상형식이 성립된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까지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동일시하며 작업 기반을 다지고 발전시켜 갔다.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 새 등의 모티프가 그림의 주요 주제로 자리 잡으며 그의 전형적인 추상 스타일로 정착돼 갔다.
1959년경부터 김환기는 달항아리보다 달과 자연 풍경을 추상화하는 데 몰두한다. 고향 기좌도를 소재로 푸른 달밤 아래의 정경을 그린 '여름 달밤'에서 둥글게 이어지는 산능선은 백제산수문전을 연상시킨다.
물 위에 부서지는 달빛을 도식적으로 표현한 작은 사각 점들은 이후 뉴욕 시기에 별빛, 대기, 소리 등 자연을 표현하는 요소로 발전해 10년 후 점화로 발화하게 된다.
전통미술양식과 점화의 씨앗이 함께 공존하는 이 작품으로 그는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가해 명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