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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8일 전언에 따르면 미국은 이른바 대중 디리스킹(위험회피)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하는 유럽 각국들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각국들이 일사불란한 단일 대오를 이룬 채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인 탓이다.
무엇보다 중국을 최대 수출국으로 둔 독일의 행보가 미국 입장에서는 몹시 불쾌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솔선수범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만들 정도로 아예 대놓고 친중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은 사족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유럽 국가원수 중 가장 먼저 중국을 방문했던 그는 심지어 조만간 리창(李强) 총리를 초청, 양국 관계를 더욱 강화시키려고까지 계획하는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방중했던 집권 사회민주당 라시 클링바일 대표가 지난 5일 리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대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은 독일과 중국 관계의 선택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것도 미국으로서는 뼈아프다. "독일은 과연 우리의 우방국인가?" 하는 의문을 미국이 가져야 할 정도라고 해도 좋다.
프랑스의 행보 역시 미국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주 한 회의에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지리적 확장이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도쿄 연락사무소 설치 방안에 확실한 반대 입장을 밝힌 사실만 봐도 좋다. 연락사무소 설치를 강력 희망한 일본을 머쓱하게 만들면서 미국에게 확실한 한방을 먹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스위스·이탈리아 기업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가 7일 싼안광뎬(三安光電)과 충칭(重慶)에 32억 달러(4조1900억원) 규모의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벤처 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한 사실도 간단치 않다. 스위스와 이탈리아가 연합해 미국의 대중 압박 노력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는 평가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중국이 미소를 머금는 것과는 달리 미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