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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SK 투자 2050년 500조 시장 ‘쓰레기에서 항공유’ 제조 공장

[르포] SK 투자 2050년 500조 시장 ‘쓰레기에서 항공유’ 제조 공장

기사승인 2023. 07. 1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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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합성원유' 상업 가동 성공 미 '펄크럼' 공장
쓰레기로 지속 가능 항공유(SAF) 원료 생산
세계 SAF 시장, 2050년 4020억달러로 확대 전망
펄크럼 CEO "SK의 모든 SAF 개발 계획 지원 열망"
펄크럼
에릭 프라이어 펄크럼 최고경영자(CEO)가 13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펄크럼 시에라 공장 앞에서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 원료인 '합성 섬유' 생산 과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쓰레기로 만든 항공유로 비행하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기자는 최근 미국 서부 네바다주(州)의 사막 도시 리노에서 동쪽으로 30분 정도 떨어진 미국 바이오에너지 기업 '펄크럼'의 시에라 공장을 찾았다.

전통적인 석유화학사를 운영하는 SK그룹이 이차전지에 이어 미래 에너지 산업인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배경과 그 성공 가능성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펄크럼은 이미 지난해 12월 폐기물 가스화 기술로 항공유 원료인 '합성 원유(syncrude)' 생산시설인 시에라 공장의 상업 가동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쓰레기 분류
미국 네바다주 바이오에너지 기업 '펄크럼'의 '공급 원료 처리시설(FPF)'에서 매립장 쓰레기가 가연성 유기물 쓰레기로 선별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SK 투자·세계 최초 지속 가능 항공유(SAF) 원료 '합성 원유' 상업 가동 성공 미국 바이오에너지 기업 '펄크럼' 공장
매립장 쓰레기, 선별 과정 거쳐 '합성 원유' 원료 가연성 유기물 쓰레기로 진화

SAF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은 생활 폐기물 분류와 합성 원유 생산 등 두 공정으로 크게 분류된다.

먼저 찾은 '공급 원료 처리시설(FPF)'은 매립장에서 공급받은 쓰레기를 선별하는 공장이다. 내부에 들어가니 요란한 소리와 함께 쓰레기 냄새가 진동했다.

기자가 5년 이상의 미국 생활에서 본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음식물과 패트병·포장지·비닐·캔 등 생활 쓰레기가 컨베이어 벨트 위를 이동하면서 무게·자력(磁力) 등의 선별 과정을 통해 종이·목재·고무·섬유 등 가연성 유기물 쓰레기만 남기는 공정이다.

이 가연성 유기물 쓰레기는 3㎝ 이하 크기의 조각으로 잘려 건조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쓰레기에서 합성 원유의 원료로 탈바꿈해 자동차로 10분 거리의 '바이오 정유공장(bio-refinery)'인 시에라 공장으로 운송된다.

철이나 알루미늄 등 불연성 금속 폐기물도 리사이클 공정으로 운송되기 때문에 분류 과정에서 떨어져나오는 일부 작은 부산물을 제외하면 거의 100% 재활용된다고 제임스 스톤사이퍼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이 강조했다.

쓰레기 분류
미국 네바다주 바이오에너지 기업 '펄크럼' 시에라 공장에 '공급 원료 처리시설(FPF)'에서 선별된 가연성 유기물 쓰레기가 쌓여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펄크럼 시에라 공장, 가연성 유기물 쓰레기로 '합성 원유' 생산

시에라 공장은 일반 석유정제시설과 유사해 보였다. 이 공장에서 직선거리로 4km 지점에 테슬라 전기차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가 있다. 사막이 많은 네바다주가 미국 미래 산업의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에라 공장 초입의 원료 저장시설에는 선별된 쓰레기가 쌓여있었다. 원료 쓰레기는 냄새도, 먼지도 나지 않았다. 스톤사이퍼 부사장은 이 쓰레기를 맨손으로 들어 보이면서 해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릭 프라이어 펄크럼 최고경영자(CEO)는 이 저장시설을 가득 채우면 합성 원유를 3일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쓰레기 분류
제임스 스톤사이퍼 미국 펄크럼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시에라 공장에 '공급 원료 처리시설(FPF)'에서 선별된 가연성 유기물 쓰레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합성 원유, 기존 원유 대비 탄소 배출량 20%, 친환경적...펄크럼 CEO "신산업의 시작·에너지 산업의 분기점"

원료 쓰레기는 이 공장의 고온 가스화기(gasifier)에 들어가 산소와 스팁 주입으로 분해돼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구성된 합성가스(syngas)가 된다. 이 합성 가스는 다시 촉매 반응 과정인 피셔트롭쉬(FT) 공정을 거쳐 액체 탄화수소가 되는데 화학적으로 원유와 유사해 '합성 원유'로 불린다.

합성 원유는 현재 미국 정유사 '마라톤'이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를 생산하는 데 사용되고 있는데 이 합성 원유는 화석 원료를 사용한 별도의 원유 시추 과정이 필요 없어서 기존 원유 대비 탄소 배출량이 20%에 불과하다. 가스 화기에서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때문에 기존 원유보다 더 깨끗하다는 장점도 있다.

합성 원유가 쓰레기 재활용이나 탄소 배출 절감 등 환경적 측면에서 이점이 크다는 점이 부각된다.

프라이어 CEO는 "여기서 보는 공장이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시작이고, 에너지 산업의 전 세계적인 분기점"이라며 기존 원유 제조 과정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펄크럼
미국 네바다주 바이오에너지 기업 '펄크럼' 시에라 공장 모습./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CEO "12개월 내 수익" 경제성 강조...펄크럼 "매립 폐기물, 항공유 원료의 이상적 공급원"
연간 50만t 폐기물로 뉴욕~런던 180회 왕복 합성 원유 26만 배럴 생산
연 26.2% 성장 세계 SAF 시장, 2050년 4020억달러로 확대 전망

아울러 프라이어 CEO는 합성 원유 제조가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정부 등의 보조금 없이도 사업성이 있다며 시에라 공장이 12개월 이내에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원료인 생활 폐기물이 무료 수준이고, 공정이 자동화돼 인건비가 적게 들며 선별 쓰레기에서 합성 원유까지의 공정이 30분 미만밖에 걸리지 않는 점 등이 경제성에 대한 밝은 전망의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펄크럼은 매립 폐기물이 가격 경쟁력이 있는 항공유 원료를 제조하는 이상적인 공급원이라고 규정했다.

실제 시에라 공장은 2021년 7월 완공됐으며 연간 50만t의 생활 폐기물을 이용해 합성 원유 26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뉴욕에서 영국 런던을 180회 왕복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펄크럼은 미국 인디애나주 게리·영국 체셔 등 10여 곳에 신규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시에라 공장에 SAF 생산공정도 추가해 자체적으로 SAF도 만든다는 계획이라고 프라이어 CEO는 밝혔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TMR에 따르면 세계 SAF 시장 규모는 2021년 1억8660만달러(2355억원)에서 연평균 26.2%씩 증가해 2050년 4020억달러(50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펄크럼 ceo 부사장
미국 네바다주 바이오에너지 기업 '펄크럼' 시에라 공장에서 에릭 프라이어 최고경영자(CEO·오른쪽)와 제임스 스톤사이퍼 미국 펄크럼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이 각각 '공급 원료 처리시설(FPF)'에서 선별된 가연성 유기물 쓰레기(오른쪽)와 합성 가스(syngas)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미 행정부·EU 친환경 에너지 정책, SAF 사업에 순풍 작용
미 IRA, SAF 1갤런 당 최대 1.75달러 보조금....EU, 2025년까지 바이오 항공유 최소 2% 혼합 규정

미국 행정부와 유럽연합(EU)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도 펄크럼의 합성 원유 제조 사업에 순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SAF 1갤런(3.78리터) 당 1.25(1580원)∼1.75달러(2210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바이든 행정부뿐 아니라 미국 역대 행정부도 SAF 제조를 지원했다. 미국 농림부는 2012년 SAF 사업에 1억500만달러 상당의 대출 보증을 했고, 환경보호청(RPA)은 '자원 보존 및 회수법(RCRA)'을 제정해 폐기물 가스화와 이를 통한 합성 원유 정제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었다.

프라이어 CEO는 미국 국방부가 공장 건립에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현재 계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군 기준에 부합하는 제트기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EU는 2025년부터 SAF 등 바이오 항공유를 최소 2% 이상 혼합하도록 규정했다. 펄크럼에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일본항공(JAL)·홍콩 케세이퍼시픽 등 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한 배경이다.

미 네바다주
미국 네바다주 바이오에너지 기업 '펄크럼' 시에라 공장 인근에서 찍은 도로망과 철도망./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미 네바다주
미국 네바다주 바이오에너지 기업 '펄크럼' 시에라 공장에서 찍은 한 대형 물류 창고./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한국, 합성 원유 정제 법적 근거 필요...펄크럼 8000만달러 투자 SK, 2026년 바이오 기반 SAF 생산 계획
강동수 SK이노베이션 부문장 "SAF 경쟁력 확보 위해 펄크럼과 협력 확대"
펄크럼 CEO "SK의 모든 SAF 개발 계획 지원 열망·준비"

한국에서도 열분해로 연료를 만드는 시설 건립을 위한 폐기물시설촉진법 시행령이 올해 시행되는 등 폐기물 자원화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이 항공유와 같은 석유제품 생산을 정유사의 원유 정제로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합성 원유 정제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SK㈜와 SK이노베이션이 폐기물 가스화 기술력을 확보, SAF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대응한다는 계획에 따라 모두 8000만달러(1000억원)를 펄크럼에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은 SAF 시장이 본격화하는 2026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SK 울산콤플렉스(CLX) 내에 차세대 바이오 연료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공장을 신설해 바이오 기반의 SAF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강동수 SK이노베이션 포트폴리오 부문장은 "SAF 시장 확대에 대비해 다양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며 "세계적인 탄소 감축 비전 환경 속에서 SAF 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펄크럼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프라이어 CEO는 "우리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의 SAF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SK를 지원하길 열망한다"며 "우리는 SK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SK의 모든 SAF 개발 계획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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