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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단식 선언에…김종인 “국민 관심없어” 김성태 “국회입법권력 가진 분이 왜?”

이재명 단식 선언에…김종인 “국민 관심없어” 김성태 “국회입법권력 가진 분이 왜?”

기사승인 2023. 09. 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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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이재명 '무기한 단식' 돌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순간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송의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민주주의 파괴를 막겠다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한 데 대해 정치권에서 다소 회의적인 시선이 나온다.

이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 오늘 이 땅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 이 순간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전면적인 국정 쇄신과 개각 단행,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입장 천명,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을 촉구했다.

이 대표의 '깜짝' 단식 발표에 1주년 기자간담회장도 약간 술렁였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도 이 대표가 이날 오전에야 단식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홀로 외로운 결단을 내린 셈이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1시 국회 본관 입구 옆 텐트로 이동했다. 오후 내내 흰 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아 시간을 보냈다. 텐트 주변에는 방송 취재 카메라와 정치 유튜버들이 북적였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과거엔 정보의 흐름이 넉넉하지 않아 국민이 잘 모르니 극한 투쟁을 했고 효과를 거뒀지만, 지금은 국민이 더 잘 안다"며 "극단적으로 저렇게 한다고 일반 국민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 대표가 가진 사법리스크 탓에 단식의 진정성도 인정받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시기적으로도 이재명 대표라는 분이 단식을 하기에 쓸데 없는 오해를 받는다"며 "저 사람 저거 또 피하려고 단식을 한다는 의심을 받는거다"라고 했다. 이어 "단식 오래하면 건강만 해로워질테니까 오래 할 생각은 안 하는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순간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송의주 기자
'단식 유(有) 경험자'인 김성태 서울 강서을 국민의힘 조직위원장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 통화에서 "단식은 최후의 저항 수단인데 이재명 대표는 168석을 가진 제1야당의 대표로 국회입법권력을 손에 쥔 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단식은 약자가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자기 몸을 바치는 것이다. 나도 야당 시절이었다"며 "가진 게 많은 분인데 왜 단식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2018년 5월 3일 여당에 '드루킹 특검 추진'을 조건으로 국회에서 8일간 단식했다. 물과 소금만으로 버티는 혹독한 단식 끝에 병원에 여러 번 실려갔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지만, 끝내 특검을 이끌어냈다. 드루킹 특검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네이버 정치뉴스의 댓글·좋아요 조작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계기가 됐다.

단식 시점과 목표에도 의문이 따르고 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실장도 종합편성채널 채널에이 '뉴스톱텐'에서 "단식은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양김 대통령도 각자 목표를 이뤄냈고 단식을 멈췄다. 근데 이재명 대표의 단식은 뚜렷한 목표가 안보이고, 그 시기에 여러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YTN라디오 '신율의 이슈메이커'에서 "내일 정기국회를 앞두고 느닷없이 무기한 단식을 선언해서 제1야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직무유기를 여실히 보여줬다. 전체적인 여론도 왜 이 시점에 단식을 하는지 의문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검찰조사를 안 받으려고 단식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구속 가능성이 높아지니 검찰조사를 받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는 4일 검찰 소환조사를 통보받은 상태인데, 단식을 핑계로 회피할 수 있다는 추정이다.

다만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 대표가) 본청 앞에서 상주하면서 일과를 처리할 것"이라며 "모든 일정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 정기국회 개회식 등에도 참석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에서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송의주 기자
역대 정치인의 단식으로는 '삼김 시대'의 주역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꼽힌다. 이들의 단식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변화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민주화 시대를 이끈 두 거물 정치인의 단식에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쏠렸고 정권을 움직였던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18일 가택연금 당시 민주화 5개항을 요구하며 23일동안 단식을 이어갔다. 당시 가택연금 해제를 얻어냈고, 직선제 개헌까지 이어진 민주화 투쟁의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0년 내각제 반대와 지방자치제 실현을 주장하며 13일간 단식했다. 이 단식은 대통령 직선제와 지방자치 시대의 포문을 연 것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2010년대 이후에도 단식이란 정치적 의사표현이 여의도에 등장했다. 2018년 12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로 선거제 개편을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예산안 합의에 반발해서 단식투쟁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두 대표의 단식은 여야의 선거법 개정 논의에 탄력을 붙게 했다. 이후 선거법은 패스트트랙 안건에 지정돼 본회의에 올랐다.

2019년 11월에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 등을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청와대 앞에서 8일간 농성하다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된 황 대표는 가족과 의사, 당의 만류로 단식을 마쳤다. 올해는 이정미 대표가 지난 7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20일 간 단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단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순간부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능 폭력 정권을 향해 '국민 항쟁'을 시작하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송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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