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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동 칼럼] 아파트에서의 건강한 삶의 조건

[장용동 칼럼] 아파트에서의 건강한 삶의 조건

기사승인 2023. 09. 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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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불볕더위가 극성을 부린 올여름은 연일 묻지 마 식 범죄(이상동기 범죄)로 우리 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출퇴근길은 물론 산책길, 심지어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조차 살인, 폭행, 성범죄, 모방범죄 등으로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가 속출하다 보니 불안과 공포가 극에 달하고 이로 인해 소동이 벌어지곤 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수상한 행동, 흉기 소지, 인터넷 살인 위협 등으로 운행 중이던 지하철이 세워지고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하는 예도 다반사였다. 불안과 경계감이 증폭되면서 이상 증세까지 호소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동안 자랑으로 여겼던 소위 '안전 코리아'는 이제 해 묶은 옛 전설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경제적 빈곤이나 사회적 소외 등의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해소할 정책이나 수단이 별로 없기에 발생하는 병리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주거 단지 안으로 파고들어 더 걱정이다. 삶의 그릇이자 안식처인 주택에서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 하고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정신건강 위기의 입주민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이로 인해 입주민 간은 물론이고 관리자 등과 마찰이 빚어지면서 공동 주거 생활이 위협을 크게 받고 있다. 공동주택 단지가 공포와 갈등의 종합 선물 세트가 되어가고 있다. 예컨대 우울 및 불안 장애, 알코올 중독, 저장강박증(저장장애) 등으로 인한 공동생활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이다. 물건의 실제적 가치와는 상관없이 물건을 버리지 못해 집안에 온통 쌓아두는 저장장애인의 경우 서울만도 대략 9,400~2,800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다. 이로 인해 이웃과 적대관계로 변하고 사회적 고립 심화로 마찰을 빚는 경우가 허다하다. 무려 67개 지자체에서 저장장애 의심가구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할 정도다.

단지 내 층간소음 문제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살인까지 불러올 정도로 심각한 범죄 유발 요인이 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없이 떠밀려가고 있다. 여기에 홧김에 벌이는 순간적인 사고까지 더해져 갈등은 더욱 심화하고 불화가 결국 불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2021년 발생한 인천 아파트 관리소장 살인사건 역시 공동주택 단지에서의 갈등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아파트 관리업체나 관리소가 입주민에게 당하는 언어적 폭행과 극심한 차별, 함부로 대하는 응대 등 역시 갈수록 극심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공동주택 단지 내 갈등과 생활의 문제를 사전에 조율하고 대응하며, 이를 지원하는 주거 서비스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보편적 주거 서비스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과 달리 인식조차 부족한 게 현실이다. LH 공공 임대아파트 일부에서 청년들의 전문 상담 서비스와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마음 건강 지킴이 사업 정도에 그칠 정도다. 상담이 익숙지 않은 우리 사회의 인식과 갈등 조정이 쉽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여전히 서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인 가구 중심의 가구구조 변화, 사회적 갈등 및 고립 심화,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입주민과 입주민, 관리지원인력과의 갈등이 날로 심화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를 해소해나갈 마음 건강 서비스 강화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전문적 분야의 인력과 스마트 기술 접목, 지역자원 연계의 실질적 지원방안 마련과 전문가 교육 역시 절대 필요하다.

나아가 전체 주택 중 62%가 아파트이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원활한 공동주택 생활을 위한 범국민 지침서를 제정하고 이를 유치원과 초등, 중등 과정 커리큘럼 신설, 대학에 공동주택관리과 등을 신설하는 방안을 고려해 봄 직하다. 예의범절의 경우 어릴 때부터 몸에 익지 않으면 사실 어렵다. 이웃과의 원활한 관계 형성 등 커뮤니티 활성화와 행복한 주거생활을 위해서도 사전 학교 교육은 필수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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