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김용호 칼럼] 김정은-푸틴의 위험한 만남, 수상한 거래

[김용호 칼럼] 김정은-푸틴의 위험한 만남, 수상한 거래

기사승인 2023. 09. 17. 17:31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김용호
김용호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장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약 열흘간의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러시아의 항공기 공장과 태평양 함대사령부 등을 방문하였다. 북러가 군사적으로 밀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런데 북러 당국이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일절 발표하지 않고 있어서 더욱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북러 협력이 강화되는 배경을 살펴보자.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40여 개국이 유엔에서 러시아를 규탄했으나, 북한은 3개국(벨라루스, 니카라과, 시리아)과 함께 시종일관 러시아를 지지했기 때문에 이번 북러관계 강화는 예상된 수순이었다. 한편 북한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지난 3년간의 코로나 시기의 국경 폐쇄, 자연 재해 등으로 인피해가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다. 김정은은 이러한 경제난을 타개하고, 자신이 내세운 "핵과 경제 병진 발전"을 위해 북러 정상회담에 나섰다. 또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핵 담판에 실패한 김정은은 새로운 돌파구를 열기 위해 오랜만에 국제무대에 등장한 것이다.

한편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북한의 탄약이나 무기가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또 러시아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북한 카드를 내민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가 북한에게 핵과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여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증강시켜 주면, 미국은 대북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투입해야 한다. 이 경우 미국의 글로벌 군사력이 한반도와 우크라이나로 분산되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약화될 수 있는 점을 러시아가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와 국제정세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보면 첫째, 북러관계가 전략적 협력관계로 진입함에 따라 한러 협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소련연방 해체 이후 지난 30여 년간 북러관계는 비교적 냉랭한 반면, 한러관계는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되었으나 이제 상황이 뒤바뀌고 있다.

둘째, 북러 간의 군사 공조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매년 약 700만개의 포탄이 필요한데, 자체 생산 능력은 약 250만개에 불과하여 북한의 포탄이 절실히 필요하다. 미국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위성사진 분석에 의하면 작년 11월 북한이 처음으로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후, 러시아 하산역에서 철강과 석유를 실어 나르는 기차가 많아졌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무기, 포탄과 식량, 에너지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북러 간의 비밀 무기 거래는 국제사회의 대러, 대북 제재의 효과를 떨어뜨리게 된다.

셋째, 호전적인 북러의 군사적 밀착이 한반도 안보를 매우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북핵 개발의 핵심인사 3인(이병철, 김정식, 장창하)을 포함하여 많은 군부지도자들이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에 동행하였는데, 푸틴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 방문은 북한의 전투기 현대화와 부품 확보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리고 김 위원장의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 방문은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핵잠수함 개발 등 해군력 증강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러시아가 군사위성 기술, 핵잠수함 생산 기술, 탄도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북한에 제공하는 경우 북한이 명실상부하게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보유국이 될 수 있다.

넷째, 한반도와 동북아의 외교 안보 지형에 중국 변수가 중요해졌다. 중국은 지금까지 북러 밀착에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북러 군사협력에 동참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북중러 대 한미일의 대결 구도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예의 주시해야 한다.

그러면 국제정세의 급변 속에 우리는 북러의 군사적 밀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북러 간의 군사적 행동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가 북러의 행동을 규탄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최근 안보리에서 러-중의 거부권행사로 기능부전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G7이나 나토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G7이나 나토가 북러의 비밀 무기거래나 기술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 행동에 나서도록 합의해야 한다. 예컨대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정보 공유, 북한과 러시아에 대한 제재 확대 등이 필요하다.

한편 우리의 군사적 대응 방안에는 무엇보다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 방어-대량응징 보복)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4월 워싱턴 선언, 8월의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서 천명한 대북 확장억제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한미 대북 확장억제력이 정확하고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 관련 정보공유 확대, 합동군사훈련 실시, 미사일 방어체계 협력 등을 제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우리 정부는 대중, 대러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그 동안 윤석열 정부는 한미동맹,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에 집중하는 바람에 대러, 대중 외교를 소홀히 하였다. 과거 냉전시기에 미소가 극한 대립을 하면서도 핵 군축으로 공동의 이익을 달성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은 한중, 한러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어려운 국제환경에서도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가 동맹국이나 우방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우 연루(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외교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여야 한다.

김용호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