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공포에 떨었던 미국 구금 근로자들…“이유도 모른 채 수갑 찼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912010007183

글자크기

닫기

김태훈 기자 | 김홍찬 기자

승인 : 2025. 09. 12. 18:44

"일반 수감자와 같은 대우…인권 보장받지 못해"
가족 만난 한국인 근로자<YONHAP NO-4005>
미국 이민당국에 의해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조영희씨가 12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가족과 상봉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 설명 없이 수갑 채우더니 끌고 가더라고요."

12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휴민로보틱스 소속 엔지니어인 장영선씨(43)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장씨는 체포 당시 상황에 대해 "당황스럽고 답답했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장갑차와 헬기를 동원해 갑작스럽게 단속을 나왔다"며 "전 인원들을 모아두고 비자 분류를 하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장씨는 당시 근로자 대부분 본인 비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얘기했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한 단속으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호송 버스에 탑승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호송 버스에 탑승해 소지품을 반납하고 수갑과 쇠고랑을 차니 그때서야 (상황이) 실감됐다"며 "설명도 없이 이송하니 답답했다"고 전했다.

이들 근로자는 포크스턴에 위치한 수용소에 도착해서야 상황 설명을 들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장씨는 "영사관에서 변호사와 사람들이 와서야 상황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B-1(출장 등에 활용되는 단기 상용 비자)를 발급받아 미국으로 왔지만, 미 이민당국은 B-1 비자 등을 받은 근로자들이 체류 목적에 맞지 않게 근로·노동을 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장씨는 "이런 상황을 겪고 다시 (미국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에) 일은 계속 있으니 가야 할 사람은 다시 가야하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LG생활에너지솔루션 엔지니어인 조영희씨(44)도 구금 당시 상황에 대해 "강압적이고 인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했다. 조씨는 "7일간 죄수복을 입고 일반 수감자와 같이 지냈다"며 "화장실이 분리돼 있지 않은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조씨는 구금된 근로자들이 2인 1실로 지냈고 방 안의 화장실은 동료에게 전부 보이는 구조였다고 한탄했다.

조씨는 "구금 초반에는 특히 강압적이고 우리를 완전히 범죄자 취급했다"며 "당시 통역사도 따로 없어 곤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에서 고용한 변호사들이랑 이야기를 했고 정보를 더 수집한 후 향후 추가 조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현지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 시설에 수감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이날 귀국했다.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과 LG CNS 등 기업과 협력사 직원인 이들은 무사히 고국 땅을 밟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수감 생활 당시를 회상하며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김태훈 기자
김홍찬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