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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주주환원, 신용등급 부정적…‘장기적 관점’ 필요

과도한 주주환원, 신용등급 부정적…‘장기적 관점’ 필요

기사승인 2023. 09. 1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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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 주주환원 양적 확대 집중
한정된 재원으로 투자·이자상환 부담
실적·자금소요 연동된 주주환원 중요
과도한 주주환원이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당이나 자기주식 매입 등에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할 경우,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다.

특히 글로벌 긴축정책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해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시설투자·인수합병(M&A) 등을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로 이어질 경우,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키우게 된다.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주주환원(배당+자사주 매입) 규모를 보면 2013년 1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41조5600억원으로 확대됐다. 연평균 증가률이 13.2%에 달했다.

이는 주주행동주의를 위한 법과 제도 마련, ESG 경영 트렌드 확대 영향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선진국에 비해 주주환원 규모가 낮았던 만큼, 양적 확대에 집중됐다.

다만 이익창출력 이상의 주주환원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주환원 비용이 투자 여력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재무안전성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주환원의 확대는 주주의 권익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하지만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한정된 재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기회비용이 존재한다. 증설이나 인수합병 등 투자 재원과 이자 상환 능력 등이 기회비용에 해당된다.

최근 들어 국내 주요 기업의 투자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국내 코스피 상장사(상위 100개)를 살펴보면, 영업활동현금흐름 대비 자본적지출 비중이 지난해 113%, 올해 상반기 159%를 기록했다. 이는 현금창출력 이상의 시설 관련 투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로,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부담이 심화된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차입비용 상승이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정책에 들어가면서 대출·사채 금리 등이 크게 상승했다. 양적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최근 10년 중 차입금리 수준이 가장 낮았던 2021년(평균 금리 1.9%)의 지급이자 규모는 11조6000억원이었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12조원을 넘어섰다.

한국신용평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 주주환원이 늘어나는 것이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비용과 이자비용이 커지는 상황에서 주주환원 확대가 자금조달 부담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없지만, 해외에서는 과도한 주주환원으로 신용등급 하락한 사례도 존재한다. 스타벅스와 보잉이다. 무디스는 지난 2018년 6월 스타벅스의 장기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내렸다. 당시 스타벅스는 향후 3년(2018~2020년)까지 약 250억달러를 주주환원한다고 발표했는데,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재원 일부가 차입을 통해 조달하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스타벅스의 2018~2020년 주주환원 규모는 230억달러는 상회했다. 2017년 말 163.5%의 비교적 양호한 부채비율을 나타냈으나, 급격한 자본 축소와 부채 증가로 2019년 자본잠식에 돌입한 후 현재도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잉은 2014~2018년 동안 약 527억원의 주주환원 규모를 나타냈는데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FCF) 466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초 유동성 위기가 발생, 장기신용등급이 Baa2까지 떨어졌다.

대규모 채권발행과 외부차입을 통해 유동성위기는 해소했으나, 재무안정성 지표는 크게 저하됐으며 2026년까지 주주환원 중단을 발표한 상태다.

결국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양적 확대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기업가치를 해치지 않는 주주환원 규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주주환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당기순이익 등 실적과 주주환원 규모를 연동함은 물론, 자금유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사업을 영위하려면 다양한 이해관자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며 "탄력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노력이 더욱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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