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해 9곳 분양 예정…1곳만 연내 분양 유력 공사비 증액 등 이유 내세워 분양가 높이려는 목적 가능성 커 건축비 상향 따라 장기간 분양 연기 전망도
서울 강남3구 분양 예정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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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올해 공급 예정이었던 아파트 단지들이 잇달아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비싼 가격(분양가)에도 청약 열기가 뜨겁다 보니 향후 더 비싼 값에 분양하려는 심산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을 예고했던 단지는 총 9곳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분양한 단지는 한곳도 없다.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만 이달 말 분양을 앞두고 있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아크로 리츠카운티'는 내년으로 일정을 미뤘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메이플 자이'와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등 4개 단지도 연내 분양될지 미지수다.
이들 단지가 내세운 분양 연기 이유는 공사비 증액, 설계 변경, 조합장 재선출, 오염토 발견에 따른 토양 정화 등 다양하다. 하지만 분양 시기를 최대한 늦춰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려는 재건축 조합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들 아파트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원자잿값·인건비 증가로 인해 공사비는 크게 뛰고 있지만, 분양가는 인근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책정할 수밖에 없는 만큼 조합 입장에선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치솟은 공사비를 보존하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올려받으려는 조합이 적지 않다"며 "최근 집값이 오르고 있어 분양 시기를 늦출수록 분양가도 올라갈 것으로 조합은 기대하는 눈치다"라고 말했다.
통상 속도가 생명인 재건축 사업 특성상 조합의 분양 연기는 다소 의아한 결정으로 보일 수도 있다. 사업 주체(조합)가 분양을 연기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자금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서울 아파트 청약 열기를 고려하면 분양 연기에 따른 리스크는 크지 않다는 게 많은 조합의 판단이다. 강남구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분양 시기를 늦출수록 분양가를 좀 더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분양가 산정에 적용하는 기본형 건축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분양가 상한제 기본형 건축비(16~26층·전용면적 60~85㎡ 기준)가 ㎡당 194만3000원에서 197만6000원으로 1.7% 상승했다. 기본형 건축비는 지난해 3월 2.64% 상승에 이어 7월 1.53%, 9월 2.53% 올랐다. 올해 들어서도 2월에 1.1%, 3월 0.9%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인상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기본형 건축비 인상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며 "건설자잿값 인상 등을 고려할 때 기본형 건축비는 계속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맞춰 분양을 장기간 미루는 단지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