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상윤사교육 | 0 |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후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제공=교육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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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모의평가(모평) 출제에 참여한 교사 24명이 사교육 업체 등에 문제를 판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이 가운데 4명을 고소하고, 22명(2명 중복)을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이들은 최대 5억원 가까이 수수했으며 적게는 모평 출제에 1번, 많게는 수능·모평 6차례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현직 교사들에게 돈을 주고 문제를 산 사교육 업체 중에는 '일타강사'로 불리는 유명 학원강사, 계열사를 다수 거느린 대형 입시학원도 포함됐다. 이에 사교육 카르텔의 심각성뿐 아니라, 지난 30년간 공정한 입시제도라고 평가를 받아온 수능의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제4차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 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협의회에는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찰청, 병무청, 시·도 교육청 등이 참여했다. 앞서 교육부는 8월 1일부터 14일까지 사교육 업체와의 영리행위를 자진신고한 현직 교사 322명 중 2017학년도 이후 수능·모의평가 출제 참여자 명단과 비교해 겹치는 24명을 적발했다.
먼저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제를 판매한 뒤 그 사실을 숨기고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4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로 했다. 수능·모평 출제위원은 최근 3년간 판매된 상업용 수험서 집필 등에 관여한 적이 없다는 서약서를 써야 한다. 4명 중 3명은 수능과 모평 출제에 모두 참여했고, 1명은 모평 출제에만 참여했다.
교육부는 고소하기로 한 4명에 대해 경찰청이 수사개시 통보를 이들에게 하면 교육부 차원의 징계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경찰의 수사상황 등을 봐야하지만 사안이 심각할 경우 직위해제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수능·모평 출제에 참여한 후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판매한 22명은 청탁금지법에 따른 '금품수수 금지', 정부출연연법상 '비밀유지 의무 위반' 혐의로 수사의뢰하기로 했다. 수능 출제 교사는 출제 기간 인지한 모든 사항을 비밀로 할 의무가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고소와 수사의뢰를 함께 진행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24명 중에 5억 가까이 받은 사례가 있었고, 억대 금액을 수수한 교사들도 다수였다"며 "많게는 금품 수수 교사가 수능·모의고사 출제에 5, 6차례나 관여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또 "이 정도 고액을 수수하는 데는 당연히 수능 출제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로부터 문제를 사들인 사교육 업체 21곳 또한 같은 혐의로 수사의뢰할 방침이다. 이들 업체 가운데는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린 유명 입시업체도 포함됐다.
나아가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만드는 사교육업체가 병역특례업체로 지정됐다는 의혹도 제기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해당 업체의 전문연구요원 배정 추천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병무청은 이 업체에서 당초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배정된 요원이 국어영역 모의고사 지문 작성 등을 한 것을 확인하고, 이 요원에 대해 복무 연장과 함께 수사의뢰 조치하기로 했다. 해당 사교육업체 역시 고발한다. 병무청 관계자는 "해당업체가 정보처리 교육 및 정보서비스 업종으로 등록돼 유사 업체를 전수조사했는데 그 이후 문제된 업체는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수능 공정성·신뢰도 훼손 불가피…장상윤 차관 "미리 챙기지 못해 죄송"
수능·모평 위원으로 활동한 현직 교사가 사교육 업체에 문제를 팔아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교육 카르텔의 심각성 외에도 30년 간 수능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또 수능 문제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장 차관은 "가장 공정해야 할 시험이 수능인데, '과연 최선을 다해 공정성을 확보했느냐'하는 부분에서 교육부도 반성할 부분이 있다"며 "미리 챙기지 못한 부분에 대해 수험생과 학부모,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제 유출 가능성에 대해 "(사교육업체에 대한 영리행위를) 자진신고한 교사 322명 중 24명이라고 하면 많아 보이지만, 한 학년도에 수능(1회)·모의평가(2회)에 투입되는 인원이 누적 1500명에 달한다"며 "(2017학년도부터 따지면) 7개년간 1만명 가운데 24명인 셈이고 24명 모두가 수능 출제에 참여했던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2024학년도 수능 출제진을 구성할 때 사교육 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이력이 있는 교사를 철저히 배제할 방침이다. 나아가 올 하반기에 사교육 업체 문항 판매자의 수능·모평 출제 참여를 막는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