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지방자치단체 최초 노후 수도관 교체지원 시작…대상 가구 90%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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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전국 17개 시도에서는 매년 강·호수·댐에 확산되는 녹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7~8월에 걸친 긴 장마와 집중 호우, 태풍의 영향으로 다량의 오염원이 주요 상수원인 호수와 댐에 유입돼 수질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과 도서 지역은 지난겨울과 봄철 심각한 가뭄으로 상수원 고갈 위기 문제에 직면했고, 줄어든 수량은 수질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6월 수돗물의 흙·곰팡이 냄새로 집단 민원이 접수돼 해당 지역 정수장 시설 전면 개선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 100% 고도정수처리수 공급
시는 2007년 오세훈 시장 재임 당시 갈수록 심화되는 녹조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도정수처리시설 도입을 결정했다. 이후 2010~2015년 예산 5285억원을 들여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 △광암아리수정수센터 △암사아리수정수센터 △강북아리수정수센터 △구의아리수정수센터 △뚝도아리수정수센터 등 6곳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구축했다. 지난해에는 급변하는 기후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강북아리정수센터 하루 생산용량을 기존 72만톤에서 95만톤으로 확충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고도정수처리시설 하루 용량은 357만톤에서 380만톤으로 약 6.5% 늘었다.
시는 향후 100년을 대비해 정수장 용량 증설과 시설 현대화를 추진한다. 올해부터 2043년까지 총 7452억원을 투자해 광암·강북아리수정수센터 용량을 증설하고, 건립 30년이 초과된 4개 정수센터의 현대화를 순차적으로 추진한다. 광암아리수정수센터는 2028년까지, 암사아리수정수센터는 2027~2033년, 구의아리수정수센터는 2032~2038년,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는 2037~2043년 정비할 계획이다.
◇아낌없는 상수도 인프라 투자
오 시장은 2007년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주택 노후 수도관 교체를 지원해 오며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수도관 유지관리에 아낌없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총 2000억원을 투입해 서울 시내 56만5000가구의 90%인 50만6000가구의 노후 급수관 교체를 지원했다.
서울시 내 수도관 교체가 필요한 가구는 올해 기준 5만9000가구로, 시는 잔여가구 전량 교체를 목표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 550억원을 투입한다. 또 2026년까지 5895억원을 투자해 지속적으로 노후 상수도관을 교체·세척할 계획이다. 누수 우려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2026년까지 상수도관 254㎞를 우선 정비하고, 상수도관 3160㎞는 로봇 등을 활용해 주기적으로 세척한다. 내년부터는 고강도 소재를 활용해 더 오래 쓸 수 있는 상수도관을 시범도입해 2025년부터 현장에 본격 적용한다.
시는 수돗물 무료 수질검사 서비스 '아리수 품질확인제'를 통해 각 가정의 수도관 상태와 노후 수도관 교체비 지원 등 관련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검사 규모를 지난해 11만2000건에서 18만2000건으로 확대해 총 160명의 수질검사 전문요원 '아리수 코디'가 서울시 전역을 누비며 가정의 수돗물 품질을 관리에 힘쓰고 있다.
◇수돗물 안정적 공급…지속적인 투자 결실
시가 갈수기에도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배경은 상수원의 수량과 수질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 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 재임 시절인 2011년 8월 구의·자양취수장 잠실수중보보다 상류인 강북취수장으로 이전·통합해 깨끗한 원수를 확보하고 인건비와 유지관리비 등 예산 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2011년 7월에는 상수원 수질·수량 문제 발생에 대비해 풍납취수장과 인접한 서울시와 인천시간 도수관로간 비상공급관 2곳을 연결해 상호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도 했다.
시는 광암아리수정수센터에 2028년까지 654억원을 들여 암사취수장에서부터 8.8㎞에 이르는 전용 원수 공급 관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실시 설계를 마치고 2025년 착공, 2028년 조기 완공이 목표다. 광암아리수정수센터에 서울시 자체 원수 공급 관로를 건설해 취수원을 전환하면 매년 128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그간 광역원수비로 연간 188억원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취수장을 자체적으로 운영할 경우 연간 60억원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654억원의 건설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사업 완료 후 6년 차 순익으로 전환돼 상수도 경영개선에도 효과가 크다고 시는 설명했다.
시는 자체 원수 공급 관로 완공 시 팔당 광역 상수원은 비상시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해 취수원 이중화로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철저한 상수원 조류 관리
시는 올여름부터 '조류 발생 예측 시스템'을 본격 활용했다. 이 시스템은 기상, 유량, 수질 자료 등을 3차원 수치 모형에 입력하면 서울 4개 취수장(강북·암사·자양·풍납)의 유해 남조류 세포 수 농도 변화를 1주 전에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시는 우수한 원수 확보와 투입 약품 양 조절, 소독과 오존 처리 강화 등 정수처리시설 운영에 반영해 건강한 수돗물을 생산한다.
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빅데이터 학습을 기반으로 취수한 물의 맛·냄새·물질 농도를 예측하는 모델도 개발 중이다. 모델 개발이 완료되면 냄새를 유발할 수 있는 2-메틸이소보르네올(2-MIB)과 지오즈민(Geosmin) 두 가지 항목의 농도를 광암·암사·자양 취수장에서 일주일 전에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아리수 2.0 세계 최고 물맛 도전
시는 지난 6월 향후 100년 상수도 미래 비전을 담은 '서울시 상수도 종합계획 2040, 아리수 2.0'을 발표했다. 물맛은 더욱 향상시키고 안전성도 한 단계 높여 세계 최고로 맛있는 물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시는 '서울형 초고도정수처리'를 연구·도입한다. 새로운 공정은 기존 정수공정 시작 단계에 오존 접촉지를 추가하고 고도정수처리를 거친 물에 막여과 또는 후여과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염소보다 유기물·무기물, 소형 생물 처리에 효과적이고 맛과 냄새물질, 유기물을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울시민이 아리수를 먹는 비율을 2021년 36.5%에서 2026년까지 50%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유연식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서울시는 2007년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물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고도정수처리 도입이라는 과감한 결정에 따라 2015년부터 100% 고도정수처리수로 사계절 변함없이 맛있는 아리수를 공급하고 있다"며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선제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서울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생명수 '아리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