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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선수단 /연합뉴스 |
LG 트윈스가 29년 만에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LG 그룹 故구본무 회장이 남긴 술과 시계가 이목을 끌었다.
지난 3일 LG가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전날 리그 경기에서 2위 KT 위즈와 3위 NC 다이노스가 나란히 패하면서 남은 시즌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LG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건 1994년 이후 29년 만이다. 한국시리즈 진출 자체도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LG 트윈스는 창단 첫해인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명문구단에 올라서는 듯했으나, 2002년 이후에는 내내 중하위권 성적에 그쳤다.
29년 만에 정규 우승을 차지한 LG는 벌써 축제 분위기다. 특히 LG그룹은 구단에 쏟는 애정이 남다르다. LG그룹 故구본무 선대회장은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하면서 LG 트윈스를 창단하고, 구단주로 있으면서 애정을 보였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선수단의 동기부여를 위해 1995년에는 오키나와 아와모리 소주를, 1998년에는 롤렉스 데이토나 손목시계를 우승 상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부터 한국시리즈는 물론, 정규 리그에서도 뚜렷한 활약을 하지 못하면서 해당 선물들은 29년 동안 회사 금고에 봉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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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선대회장이 구매했다고 알려진 아와모리 소주(왼쪽), 롤렉스 데이토나 시계(오른쪽) |
소주에 얽힌 비화는 이렇다. 1994년 봄 우승해에 구본무 선대회장은 선수단 격려차 일본 오키나와 훈련장을 찾았다. 이날 회식 자리에서 현지 특산품인 아와모리 소주를 가져와 "올해 우승하면 이 소주로 건배를 하자"고 제의했고, 그해에 이들은 약속대로 소주를 돌려 마셨다. 이듬해인 1995년 봄에도 다시 한번 우승의 기운을 받기 위해 큰 항아리에 든 아와모리 소주 3통을 사 왔다. 하지만 이후에는 술통을 열지 못했다.
1998년에는 구본무 선대회장이 해외 출장 중에 당시 8천만 가량이던 '롤렉스 레오파드 데이토나' 시계를 직접 구매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최우수선수(MVP)에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결국 구 회장은 시계의 주인을 보지 못한 채 2018년 눈을 감았다.
1998년 당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거래가가 약 1억 5천만원에 해당했기 때문에 8천만 원 손목시계의 값어치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현재의 시세로는 1억~2억이라고 알려졌으나, 오랜 세월과 구본무 회장의 스토리가 담겨 있는 만큼 측정 불가하다고 보는 게 적당해 보인다.
LG는 정규리그 종료까지 열흘 이상 남기 시점에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 짓고 한국시리즈(KS) 준비에 들어가게 됐다.
KBO리그가 단일리그로 진행된 1989년 이후 정규리그 1위 팀(양대 리그로 열린 1999~2000년 제외)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은 32번 중 27번으로, 우승 확률 84.4%에 해당한다.
과연 이번에는 정규리그 우승 LG가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굳히면서 29년 만에 술통을 개봉하고, 롤렉스 시계의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