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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선영 글로벌한부모센터 대표 “다문화 한부모가정 생존권 보호에 앞장설 것”

[인터뷰] 황선영 글로벌한부모센터 대표 “다문화 한부모가정 생존권 보호에 앞장설 것”

기사승인 2023. 10. 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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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한부모의 경제적 자립 지원을 위한 고용안정제도 시행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비영리단체 글로벌한부모센터가 '2023 한국 자녀를 양육하는 사각지대 다문화 한부모가족을 위한 정책제안 및 인권 컨퍼런스'를 지난 7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아트홀에서 서울특별시 성평등기금의 후원을 받아 개최했다고 16일 밝혔다.

글로벌한부모센터는 다문화 한부모가족의 생존권 보호 및 기본권 보장을 위한 연례 학술 컨퍼런스를 2020년부터 정기적으로 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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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영 글로벌한부모센터 대표/글로벌한부모센터
이날 컨퍼런스에는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이춘양 인하대학교 다문화융합연구소 초빙연구위원, 성정현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 이레샤 이주여성 자조모임 톡투미 대표 등 다문화 정책 관련 각계 전문가가 주제 발표자로 참석했다.

조은경 서울시 가족다문화담당관 외국인다문화정책팀 팀장과 이영호 서울특별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센터장도 서울시의 다문화가족 지원 제도를 소개하고자 강연자로 나섰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는 영상 축사를 통해 이주여성 한부모의 고충 해결에 뜻을 보태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글로벌한부모센터 소속 이주여성 한부모가 직접 겪은 차별과 부조리 사례도 공유됐다. 귀화한 베트남 출신 조서아 사회복지사가 한국 국적 취득 조건의 문제점, 중국 동포인 이춘화 모국어강사 자립모임 대표가 부당 해고 사례, 몽골인 체첵엘르데느 취창업봉사모임 대표가 취업 및 창업 지원 제도의 개선점에 대해 소견을 밝혔다.

이들 참석자 전원은 다문화 한부모가족의 생계를 성실히 책임지는 이주여성 가장에 대해 한국 국적 취득 조건 완화, 양육환경 개선을 위한 취창업 지원 제도 마련 등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했다.

올해 컨퍼런스에서 다뤄진 주요 의제에 대해 직접 들어보고자 황선영 글로벌한부모센터 대표를 만나봤다.

- 이주여성 한부모의 한국 국적 취득이 매우 어렵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 자녀를 홀로 양육하는 귀화 전 이주여성은 한국인으로 성장하는 자녀와 함께 한국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한국 국적 취득을 결심한다. 하지만 현행 국적법상 귀화 조건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주여성 한부모 거의 대부분이 시댁과의 관계가 단절돼 있고 한국에 부모나 형제, 친척, 친구도 없어 도움을 청할 곳도 없다. 당장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니 생업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자녀 교육과 가사 노동도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그런데 외국인 신분으로는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일터에 내몰리기 일쑤다. 한국인과 다른 근로 기준을 적용받으며 차별을 당하는 일도 허다하다. 평일에 이어 주말까지 근로할 것을 강요받기도 하고,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주 6일 이상을 일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적 취득을 위한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을 515시간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 근로일을 피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주일 중 하루 정도를 교육 수강에 꼬박 할애한다 할 때 주당 5시간가량을 투자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총 103주, 즉 거의 2년을 소비하게 된다. 아이가 어릴 경우엔 돌봐 줄 곳도 없어 자녀까지 데리고 교육장을 방문하게 된다. 결국 힘이 부쳐 중도 포기하게 되는 사례가 다반사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을 어렵게 이수했다면, 이제부터는 경제력을 입증해야 한다. 예금 3000만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지, 이 돈을 어떻게 모았는지, 4대보험에 가입은 되어 있는지, 월소득이 300만원 이상인지 등을 공식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한국 자녀가 안정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이주여성 한부모의 귀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며 한국 자녀의 복지까지 사각지대로 내모는 형국이 되고 만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가혹한 법과 제도가 아닐 수 없다.

- 이번 컨퍼런스에서 다뤄진 가장 현실적인 지원책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국적법 개정은 이민정책 전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매우 복잡한 법률 입안 과정이 될 수 있다. 가령 이주여성 한부모에 한해 국적 취득 조건을 완화하고자 한다면 이주민 간에도 이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당장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제도 보완책은 다문화 한부모 가장의 경제적 자립을 도울 수 있는 특별 고용안정제도를 시행하는 것이다. '장애인고용의무제도'나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 참고할 선례가 될 수 있다. 이주여성이 대부분인 다문화 한부모 가장의 고용을 독려하거나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한부모가정의 빈곤을 해소하고 한부모 가장이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조금이라도 더 갖게 되어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 참여 등 귀화 노력에 더욱 적극 임할 수 있다면 한국 자녀의 성장 환경 및 복지도 자연히 개선될 것이다. 여성이자 이주민이고 한부모란 신분으로는 아무래도 차별과 배제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십상이다. 더욱이 그나마 관련 현행법인 '다문화가족지원법'과 '한부모가족지원법' 등은 다문화 한부모가족에 대한 규정을 별도 조항으로 다루지 않고 있어 사실상 어느 쪽에서도 제대로 된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주여성 한부모의 경제적 자립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이 같은 고용안정제도가 시행된다면 한국 자녀의 삶의 질과 미래가 지금보다 훨씬 더 희망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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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영 글로벌한부모센터 대표(좌측 5번째)가 2023년도 정책제안 및 인권 컨퍼런스를 마친 후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글로벌한부모센터
- 글로벌한부모센터가 그동안 벌여온 활동과 성과를 소개한다면?

이주여성 싱글맘 대부분은 혼인관계를 정리하면서 폭력, 문화갈등, 성격차이 등의 사유로 상처를 입게 된다. 글로벌한부모센터는 이들 이주여성 한부모와 한국 자녀의 심리·경제·교육·사회적 치유와 재활을 돕고 있다. 가족소통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는 한편, 혼자서는 계획하기 어려운 문화체험과 여가활동도 지원한다. 다문화 한부모가정이 자립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법률 및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이번처럼 컨퍼런스를 직접 주최하거나 외부 연구 및 학술 모임에 참여함으로써 복지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정책안도 적극 제안하고 있다. 홀로서기에 나서는 이주여성 한부모의 생활지침서가 될 '다문화 한부모가족 지원 매뉴얼'도 7개국 언어로 편찬했다. 설과 추석 명절에는 식품, 생활용품, 화장품 등을 담은 천사박스를 기업이나 사회복지단체의 후원을 받아 회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실제 제도 개선에도 기여했다. 2015년부터 미귀화 이주여성 한부모도 근로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게 됐고, 2017년부터 한부모증명서가 발급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는 매입임대주택을 신청할 수 있게 됐고,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자녀 양육 시 한부모가족지원법 수혜 명단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

한편, 황선영 글로벌한부모센터 대표는 중국 동포 출신으로 귀화 후 서울에서 10대 딸과 함께 살고 있다. 한국에서의 본업은 중국어 강사 겸 통번역가로 한국어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는 이중언어 전문 교육자다. 한국어교원2급 자격증을 보유해 외국인에게 한국어도 가르친다. 중국에서 대학시절 회계를 전공했고 회계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국에 오기 전 유치원 교사 자격증을 따 연길시에서 사립유치원도 운영했다. 1997년 한국에 들어와 무역회사와 투자회사에 재직했다. 다문화센터에서 이주여성 대상 한국어를 가르치다 남편과 사별 후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리는 제자의 안타까운 상황을 지켜보고 글로벌한부모센터를 설립했다. 서울시한부모가족센터의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사회복지 분야 전문가가 되기 위해 2021년 이화여대 대학원 입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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